北 ‘정전협정 백지화 → 미군 철수’ 전략 구체화?

- ‘JSA서 유엔사 배제’ 요구

백승주 “국방부관계자 확인”
北, 남북합의서 이후 노골화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총괄 관리할 ‘JSA 공동관리기구’에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한 사실이 18일 군 고위 관계자를 통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군 당국은 그동안 관련 보도에 대해 “북한이 남·북·유엔사 3자 회의에서 유엔사를 배제하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고 부정해 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백승주 의원은 이날 “지난달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대면보고에서 ‘북한이 JSA 관리 주체를 놓고 유엔군사령부는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따른 판문점 JSA 비무장화 과정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유엔사의 역할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정전 체제를 거부해온 북한이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빌미로 단계적 전략을 구체화해 적극 추진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 당국이 북한의 유엔사 배제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거짓말’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주장은 정전협정을 흔들어 유엔사의 존재감을 약화한 뒤 결국 주한미군 철수 주장까지 이어가려는 복선이 깔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유엔사 배제를 요구하면서 남북이 합의한 JSA 내 관광객 자유 왕래 방안이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문제로 남·북·유엔사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11월 13일 실무협의체를 연 이후 3자 협의 또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3자 협의체는 JSA 내부의 초소 9곳(한국 4곳, 북한 5곳)을 없앤 뒤 JSA 진입로에 각각 2곳의 초소를 세우는 데 합의했는데, 북한은 이 중 남측 2곳의 운영 주체를 두고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군은 현행대로 최근 유엔사 관할권을 인정하되 한국군이 유엔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초소들을 관리하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근거해 비무장지대(DMZ)와 JAS 관할권은 확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