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배신 당하는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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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역사를 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교훈으로 삼아야 발전이 있다. 하지만 아픈 역사는 잊고 사는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제2연평해전을 비롯해 숱한 북한 도발도 잊어서는 안 될 뼈아픈 상처인데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묻혀 다들 잊고 산다.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참수리 357정을 기습공격 하면서 교전이 벌어져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화염에 휩싸인 참수리함 키를 죽음의 순간까지 놓지 않은 한상국 상사는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한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는, 2017년 전사자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16년 동안 남편의 전사자 인정과 부상자들의 국가유공자 예우 등 명예 회복을 위해 벌인 힘겨운 싸움을 기록한 ‘영웅은 없었다’를 지난 12일 출간했다. 당시 실종자 수색에 적극 나서지 않는 당국에 항의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당신 남편 찾으려 함정을 대거 투입했다가 북한을 자극하기라도 하면, 그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당신이 책임질 거요?”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또 당시 해군 가족인 한 여성이 전사자 성금으로 월급에서 5%가 공제됐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도 슬프고 황당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후 전쟁 영웅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쟁영웅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19일 출판문화협회에서 ‘제복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출간 기념 세미나도 열린다. 때마침 오는 22일은 4회째를 맞는 ‘서해 수호의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4년 8개월 동안 광화문 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천막 14개 동이 18일 철거됐다. 그 자리엔 추모공간이 내달 12일 들어선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하는 정부 및 국민의 인식과 국가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영웅을 대하는 태도 차이에 비애감마저 든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전사자에게 극진한 예우를 하고 온 국민이 존경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전쟁 영웅은 물론, 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공무원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일마저 편 가르기와 ‘코드’가 판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