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발표 다 해놓고 주민과 면담?”… 정부 성토장 된 세종보 설명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세종보 철거 반대” 19일 세종시 한솔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세종보 처리 방안 지역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세종보 철거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보 철거 이후에도 수위 같다”
환경부 설명에 주민들 “사기”
“보 열어 수질 좋아졌다는데
센강에 보가 몇개인지 아나”
격앙된 주민들 절반넘게 퇴장

정부의 세종보 철거 방침에 대한 세종시 주민들의 반발이 정부 설명회장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발언에 나선 주민 전원이 보 철거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주장했다. 반대 주민들은 “환경부가 사기 치고 있다, 결과 발표 다 해놓고 주민 만나는 것이 맞느냐”며 보 철거 방침의 부당성을 따지고 정부를 성토했다.

19일 오후 2시 세종시 한솔동사무소 대강당에서 열린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세종보 처리방안 지역 주민 설명회’에 100여 명의 주민이 모였다. 행사장 입구에는 ‘세종보 지키기 시민모임’ 소속 주민들이 ‘세종보는 시민의 영원한 자산. 세종보 해체하려면 한강보·대청댐도 철거해라’라고 적힌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은 ‘세종보는 노무현·이춘희가 계획한 세종시민의 친수공간, 세종보는 이명박 4대강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게시했다.

설명회가 시작되자 환경부 관계자가 나서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세종보 철거 대책으로 취수장 설계비 9억 원을 편성했다” “보 처리 방안은 미정이다” 등의 설명을 이어갔다. 당장 일부 주민이 야유를 보냈다. “보 철거 뒤에 어떻게 수위가 같냐, 엉터리 사기네”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첫 질의자로 나선 최영락(48·한솔동 첫마을 3단지) 씨는 “보 열어 좋아졌다는데 센강에 보가 몇 개인지 아느냐”며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만들 때 세종보를 계획했다”고 따졌다. 이성용 세종금강 환경권살리기 시민연대 대표는 “경관, 레저, 휴식 등을 즐길 수 있는 수변 환경권은 세종시민의 특권으로 행복도시가 50만 대도시로 성장하는 데 물이 없는 대도시를 상상할 수 없다. 보 철거는 정치적 냄새가 아주 짙은 결론으로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염관택(60·세종시한솔동) 씨는 “수량이 우선이고 수질은 그다음”이라며 “물도 없는 상태에서 수질과 깨끗함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 질의를 한 주민 6명 전원이 철거 반대를 주장하자 설명회장에 있던 정의당 관계자들은 설명회가 질의응답 위주로 진행돼야 하는데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며 회의 진행에 이의를 걸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격앙된 한 주민이 “더 이상 있을 필요 없으니 보 철거 반대 주민들은 다 나가자” 고 외치자 3분의 2가량의 주민이 일제히 퇴장했다.

세종=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