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 정부‘대북 공조用 반미’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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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對北 입장 差로 한·미 동맹 위기
美, 핵 폐기 위한 대북제재 확고
한·중·러 ‘대북 제재 완화 연대’

미 민주당 일각도 ‘北核 용인론’
文정부, 이제라도 北환상 탈피
同盟 공조로 핵 완전 폐기 해야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미 관계가 현격한 대북 입장 차이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으나 미국은 ‘노’라며 한마디로 딱 잘랐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 해상 환적 감시 강화에, 의회는 추가 제재 입법에 나섰다.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가 공동 목표라고 얘기하면서도 한국은 제재 완화, 미국은 제재 강화 입장이어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더 깊어지면 동맹은 심각한 내상(內傷)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을 해결하지도 못한 채 동맹만 깨질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 비핵화가 얼마나 화급하고 절실한 목표인지 따져보는 일이다. 그에 따라 우리가 해야 할 우선순위와 협력 대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혼란 속의 북한과 세계’라는 주제의 비공개회의가 열렸다. 필자도 발표자로 참석해 한·미 전직 고위당국자 및 중·일·러 전문가들과 토론했는데, 각국의 북핵 폐기 입장은 판이했다. 강도 면에서 보자면 미·일, 한국, 중국, 러시아 순이었다. 미국 인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북핵 완전 폐기이며, 이를 위한 제재와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키면서 이 목표가 재확인됐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핵 폐기 정책을 철회할 경우 동북아는 핵 경쟁에 빠져들게 될 것이고, 미국의 아시아전략도 큰 위협을 맞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핵 군축협상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이 대세였다.

반면, 중·러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중국은 경제 개발을 위해 한반도 현상 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기존 핵은 묵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중·러가 유엔에서 끊임없이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동맹인 미국 대신 중·러와 가까운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을 묵인하고 경제 협력을 하자는 중·러 입장과 유사하다. 전직 미 당국자는 특히 “문 정부는 미국과 협의 내용도 자의적으로 왜곡해 공개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노이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 때 “비핵화에 대한 미국 입장을 분명히 북측에 전해 달라”고 했는데 청와대는 이를 “미국의 중재 요청”이라고 브리핑했다는 것이다. ‘남북 공조를 위해 미국과 거리를 두고, 필요하면 반미도 하겠다’는 게 문 정부의 생각인 것 같다는 게 미측 인사들의 우려였다.

북핵은 한국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평화와 안정은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북핵 폐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국가지도자의 책무다. 북핵 폐기를 관철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는 점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한·미 공조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다. 만약 미국이 중·러처럼 ‘북핵 폐기는 불가능하니 이젠 현실을 수용하자’고 돌아선다면 게임은 끝난다. 이미 미국 민주당 성향의 핵 전문가들은 완전 북핵 폐기가 어렵다면서 핵 위협을 줄이는 쪽으로 목표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내년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 주자들이 이런 주장에 가세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폐기에서 물러선다면, 그 순간 우리는 북핵 위협에 노출되고, ‘안보의 핀란드화’가 불가피하다. 그러기 전에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핵 폐기 조건과 플랜을 만들어 관철해야 한다.

요즘 북한 대변인, 미국 대변인 논란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북한을 감싸는 문 대통령에 대해 “북한 대변인이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문정인 특보는 미국 역할을 강조하는 이들을 향해 “미국 대변인 같다”고 공격했다. 북한 대변인이 될 필요도, 미국 대변인이 될 필요도 없다. 흑묘백묘론이나 ‘꿩 잡는 게 매’란 속담처럼 중요한 건 북핵 폐기다. 그렇지만 북한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선의에 기대 핵 포기를 이끌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국익을 생각한다면 동맹 공조를 통해 북핵 완전 폐기를 이끄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