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민주당 밉지만 1년만 믿자”…“한국당에 표심결집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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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고성 바닥민심 르포

“한국당, 지역 모르는 이 공천”
“민주당 국회의원은 못받는다”

양문석 “힘 있는 집권당 일꾼”
정점식 “文정부 탓 경제 파탄”

선거 일주일 앞두고 혼전양상
통영-고성간 지역주의 변수도

“이번 선거는 ‘문재인 니는 안 된다’ 선거다.”(경남 고성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3) 씨)

“더불어민주당은 미워도 양문석이는 믿어 볼랍니다.”(통영시 북신동 주부 이모(여·43) 씨)

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통영·고성 민심은 요동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내건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그래도 한국당’ 정서를 바탕으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양문석 민주당 후보는 ‘힘 있는 집권당 일꾼’을 표방하며 경제 살리기 공약으로 반전을 다짐하고 있다. 지역 소식에 밝은 인사들은 “승부를 쉽게 점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두 후보자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나란히 통영 한산도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치열한 득표전을 이어갔다.

이날 통영 중앙시장에서 만난 류모(63·가구점 운영) 씨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아무리 좁혀져도 안 뒤비진다(뒤집어진다). 그래도 아직은 찍던 데 찍는다”며 정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정량동 주민 김모(58) 씨도 “양문석이가 지역 사정을 잘 알고 말도 참 잘한다”면서도 “우리가 민주당 국회의원은 못 받는다”고 했다. 통영·고성 선거구로 재편된 15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래 한국당 계열 정당이 이곳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놓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듯했다. 봉평동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박모(41) 씨는 “민주당 후보가 상승세란 얘기가 있어서 친구들 사이에선 ‘한국당 후보 찍으러 투표해야 되겠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업 몰락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 사정, 안보 위기론 등도 한국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듯했다. 류 씨는 “양문석 후보가 TV 토론에 나와서 ‘조선소가 문 닫은 것은 박근혜 정부 때’라고 한 말이 맞지만,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정점식 후보는 “문재인 정부는 경제 무능으로 민생을 파탄시킨 아마추어 정부”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고성 상인 박 씨는 “경제 문제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치더라도 국민 안전보다 북한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한테 표를 줄 수 있겠냐”고 했다.

반면 서호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양모(여·47) 씨는 “한국당에 아쉬운 게 참 많다”며 한국당에 대한 비토 여론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여당 후보 프리미엄이 있는 데다 양문석 후보 개인의 친화력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통영 북신동에서 만난 주부 이 씨는 “한국당이 지역 사정도 모르는 사람을 공천한 것 같아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양 후보가 1년만 속는 셈 치고 믿고 맡겨 달라고 하니 민주당은 밉지만 양문석은 믿어보자고 남편이랑 말해놨다”고 했다. 전날(27일) 통영 중앙시장 유세에서 양 후보를 만난 한 야채 노점상 할머니는 손을 꼭 잡으며 “야야, 문석아. 여 좀 먹고살게 해주라”고 말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소지역주의도 변수다. 양 후보는 인구 13만여 명의 통영 출신인 반면 정 후보는 인구 5만여 명의 고성 출신이다. 통영 출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택시기사 정모(51) 씨는 “고성으로선 이번이 기회”라며 “통영이 경기가 안 좋아졌다지만, 고성에 비하면 엄청 발전했다”고 했다. 통영으로 출퇴근한다는 고성 주민 이모(38)씨도 “회사에선 진짜 민주당이 될 수 있나 반신반의하지만, 고성에선 되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말란 분위기”라고 전했다.

통영=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