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널린 디지털 시대… ‘무엇’보다 ‘왜’ 배우는지 가르쳐라

- 공부의 미래 / 존 카우치·제이슨 타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스마트폰, 10代엔 생활 자체
기술, 교육 바꿀 힘 있지만
그 잠재력 끌어내는 건 교사

고딩 1호와 중딩 2호는 태어날 때부터 몇 대의 컴퓨터에 둘러싸여 있었다. 10대가 되기 전부터 엄마와 아빠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다. 하여, 명색이 출판평론가 아들들인데 책보다 스마트폰이 더 가깝다. 당근과 채찍을 들어 책과 접선을 시도했지만 별무소용. 이제는 저마다의 스마트폰으로 저 먼 세상을 항해하고 있다. 어쨌든 책에서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데, 출판평론가 아빠의 근심은 끝이 없다. 때마침 ‘공부의 미래’라는 책이 눈에 밟힌다. 제목은 좀 예스럽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줄 만한 책이다. 저자 중 한 명인 존 카우치는 현재 애플 수석고문으로, 오랫동안 교육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책의 핵심은 이렇다. 과거의 틀로 지금의 교육에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껏 학교 교육이 “단기 기억력 이상의 능력이 필요치 않은 정보의 소비”에 지나지 않았다면, 오늘날 교육은 “마음먹은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우리를 멈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이다. 자전거 등의 도구가 인간의 신체 능력을 증폭시킨 것처럼 기술이 “우리의 지적 능력을 증폭시킨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개인용 컴퓨터, 전자게임, 태블릿, 그리고 마침내 휴대전화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에서 성장한 첫 세대”들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구글 없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기성세대에겐 ‘도구’일지 몰라도, 이들에겐 구글 등의 플랫폼이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의 일부”다. 따분한 교과서나 여타 책들은 이들에게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저자는 심리학자 존 듀이의 말을 인용해 진정한 학습이란 “수동적인 관찰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한, 사회적이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당연히 “남들만큼만 해라”는 구시대적인 금언은 통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 대목 이후 저자의 접근법이다. 교육을 혁신할, 컴퓨터 등을 이용한 사례들과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공부의 본질이 무엇인가 다시 묻는다. 학생의 성공이란 하나의 기준으로 볼 수 없는 상대적 개념이다. 따라서 기대 수준도 학생마다 달라야 한다. “모든 학생이 제때 동일한 시점에 해내야 한다”는 방식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왜’ 배우는가를 학생들이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기준이 돼야 한다.

저자는 학교 혁신에 관여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풀어내는데, 교육의 회로를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학급을 가르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학급에 앉아 있는 개인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한국적 상황에서 가능할까, 궁금하다. 물론 협력학습도 필요하다. 실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모의실험으로 각자가 학습한 내용을 집약하는 것만큼 좋은 실천법은 없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창작자이기도 하다. 이를 교육에 접목한 것이 바로 ‘도전 기반 학습’이다. 도전 기반 학습이란 학생들의 마음을 끄는 학습을 만드는 수단으로 “개인 및 집단의 도전을 제기하는 탐구 기반 학습”이다. “이미 있는 것을 또 만드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도전 과제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기술을 통합하는 데 주력”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접근성, 즉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한 가난한 지역에서 학생들이 제공받은 아이패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자, 1년이 안 돼 학교 출석률이 높아졌다. 졸업률은 70%에서 80%로 뛰었다. 저자는 정보기술(IT) 전문가이자 교육 전문가답게 메이커 운동과 코딩 등의 새로운 기술이 교육과 접목될 때 어떤 상승작용을 일으키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기술이 ‘만능’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술이 우리 시대 교육을 바꿀 것은 분명하지만, 그 틀 안에서 창의성과 잠재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사람, 즉 교사다. 이제 교사는 변화하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는 “학습 조력자”로 옮아가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콘텐츠 소비자보다는 창작자가 되고 싶은 “적극적인 학습자”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되뇌는 일이 필요하다.

“분명 기술이 교육과 학생들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은 훌륭한 교사다.” 312쪽, 1만5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