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 위험’ 낙인… 무분별한 病歷 공개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 씨가 17일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범죄중 0.136%에 그쳐
“조현병 환자에 대한 거부감
차별로 이어져선 안돼” 지적

경찰이 경남 진주 방화·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안모(42) 씨의 과거 정신질환 전력을 공개하면서 자칫 정신질환자를 향한 무분별한 낙인과 차별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경찰 조사에 따르면, 안 씨가 정신질환을 앓은 사실이 있다고 해도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 때문에만 벌어진 일로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안 씨는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하면서 지속된 피해망상으로 분노감이 극대화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이승환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조현병 환자는 범죄 위험률이 높은가?’라는 분석자료를 통해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매우 공격적인가, 범죄율이 높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환자의 질병 상태에 따라 공격성과 범죄율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조현병 환자들은 급성 증상이 생기면 내가 병이 있다는 자각과 인식이 없어지기 때문에 음주율이나 약물 남용률이 높아지고 공격성과 범죄율은 당연히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범죄율)은 0.136%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범죄율이 3.93%로 28.9배나 높았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비율도 정신장애인이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를 크게 밑돌았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강력 사건을 정신질환과 관련짓고 부정적인 편견을 양산할 경우 자칫 잘못된 낙인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경찰이 사건처리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찰청은 최근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문답형식으로 정리한 책자 3000부를 제작해 각 경찰서에 배포했는데 서울 강북지역 파출소의 A 경사는 “어떻게 대처하라는 가이드는 있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정신병력을 판단하기 어려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이 빠르게 서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B 경위는 “순순히 조사에 응하던 사람도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주장했다. 안내서는 △정신질환자의 이해 △자의·동의 및 보호입원 △응급입원 △법률·서식·의료기관 현황 등 부록 등 총 4편으로 구성됐다.

손우성·이용권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