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뒤늦은 對野소통 시도… 한국당 “응할 생각 없다”

정무라인, 野지도부와 접촉
野 “패스트트랙 재논의부터”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계속되는 대치 정국을 여·야·정 협의체 개최로 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자유한국당은 3일 청와대의 제안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패스트트랙 대치로 국정 표류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사회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정치 상황에 따라 표류하지 않도록 아예 분기별로 개최하는 것까지 다 합의했는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지 않았다”며 “진작 지난 3월에 열렸어야 하는데 지금 벌써 두 달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중앙아시아 순방 출국을 앞두고도 여당 지도부에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사안을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은 여·야·정 협의체 개최를 위해 한국당 등 야당 지도부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민생 국회가 열려야 하기 때문에 각 정당을 모두 만나고 있다”며 “대통령은 당 대표든 원내대표든 자리가 마련되면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 여야 지도부 회동을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청와대는 여·야·정 협의체 개최가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당에 국회 복귀 명분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이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현재의 극한 대치 상황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이 막힌 정국을 뚫는 수단으로 활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여·야·정 협의체 개최에 가장 큰 변수인 한국당은 당분간 청와대·여당과의 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선(先) 청산, 후(後) 협치’라고 했지만 ‘선 궤멸, 후 독재’라고 읽는다”며 “우리야말로 지금 문재인 정권의 헌법 파괴와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여당 내에서 진지하게 패스트트랙에 관한 반성과 재논의가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고 난 뒤 한국당에 대화 요청을 하면 응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채·손고운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