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허위처방… 병원서 줄줄 새는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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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병·의원 27곳 적발
조사대상 절반이 불법행위
과다 투약 23곳 수사 의뢰
프로포폴 투약 49명도 고발

최근 버닝썬 사건과 연예인 마약 투여 등으로 마약류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일선 병·의원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A 병원은 처방전을 발급하지 않은 채 의료용 마약류를 반출해 투약했고, B 병원은 보고를 올린 마약류 재고량이 실제 재고량과 달랐다. C 병원의 경우 진료기록 없이 투약하고 취급 내역을 거짓으로 보고하는 등 여러 위반 내용이 동시에 적발됐다. 환자들 역시 별다른 범죄의식 없이 불법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사망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마약류를 처방받고 처방전을 위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잦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선 병·의원의 의료용 마약류 관리 실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이날 식약처는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대검찰청, 경찰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합동으로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의원 3만6000여 곳 가운데 52곳에 대해 기획합동감시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결과 조사 대상 병·의원 52곳 중 27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조사 대상기관 중 절반이 넘는 곳에서 불법이 이뤄진 셈이다. 식약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4곳에 대해서는 담당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과다투약이 의심되는 병·의원을 포함한 23곳에 대해서는 검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이번 단속 결과는 지난해 5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반 의심 대상을 선정한 최초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프로포폴은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마취제로, 중독성이 강해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주요 위반 사례는 △처방전(진료기록부)을 따르지 않은 마약류 투약(4건) △사실과 다르게 마약류 취급 내역 보고(4건) △보고한 재고량과 실제 재고량의 차이 발생(2건) △마약류 저장 시설 관리기준 위반(9건) 등이었다. 식약처 등은 병·의원 외에도 처방전 위조 의심 환자 1명과 사망자 명의도용 의심 환자 4명, 같은 날 여러 병·의원을 방문해 프로포폴 등을 투약한 환자(44명) 등 49명에 대해 검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허위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환자의 경우에는 약국까지 동선을 추적한 결과 위조가 의심되는 수기 처방전도 찾아냈다. 해당 병원은 인쇄물 형태로 전자 처방전을 발급했으며, 수기된 내용의 진료 사실은 없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수사·단속과 관련된 6개 기관이 참여해 운영 중인 ‘범정부 합동단속점검 협의체’를 활용해 의료용 마약류 범죄에 대한 부처 간 공동 대응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