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직전 ‘기적골’… 토트넘, 창단 후 첫 UCL 결승 진출

모라 ‘해트트릭’에 3-2 역전승
1차전 졌지만 원정 다득점 앞서

손흥민, 수비진 교란 일등 공신
박지성 이후 두 번째로 결승 무대

내달2일 리버풀과 ‘미러클 매치’
11년만에 잉글랜드팀끼리 결승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 아니 기적이다. 전날 리버풀에 이어 토트넘 홋스퍼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기적을 연출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은 생애 처음으로, 한국인으론 박지성에 이어 2번째로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른다.

토트넘은 9일 오전(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라위프 아레나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4강 2차전에서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지난 1일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1승 1패에 1, 2차전 득점합계마저 3-3으로 같았지만 토트넘은 원정 다득점에서 3-1로 앞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트넘은 1882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홈 팀이 패한 건 17차례이며, 그중 원정 2차전에서 승부가 뒤집힌 건 1995∼1996시즌의 아약스가 유일했다. 토트넘은 5.9% 확률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셈.

믿기지 않는 승리였다. 토트넘은 전반에만 2실점했지만 손흥민과 함께 투톱으로 출장한 루카스 모라가 후반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모라는 특히 종료 직전인 후반 51분 결승 득점을 올렸다. 델레 알리가 내준 공을 아크 부근에서 잡은 모라는 주저하지 않고 왼발로 슈팅했고 공은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전광판 시계는 추가시간 5분을 막 넘고 있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환호했고, 아약스 선수들은 드러누웠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1차전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손흥민은 2차전에서 공격포인트는 챙기지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아약스 수비진을 교란했다. 손흥민은 6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유효 슈팅은 1개였다. 손흥민은 특히 전반 6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후 박스 왼쪽에서 슛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강타했다.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모라에게 10점 만점, 손흥민에게 팀 내 2위인 평점 7.90을 부여했다.

손흥민은 한국인으론 박지성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 결승전에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2번 모두 FC 바르셀로나에 패했다.

손흥민은 2차전 직후 “오늘은 내게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고 나 자신은 물론 나의 조국, 그리고 토트넘에도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며 “정말 믿기 힘든 밤”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전반을 0-2로 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며 “(결승 진출은) 꿈꾸던 일이고,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축구에서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 경기”라며 “선수단 모두가 나의 영웅이고, 특히 모라는 슈퍼 히어로”라고 칭찬했다.

토트넘은 오는 6월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리버풀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다툰다. 잉글랜드 구단끼리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르는 건 사상 2번째이며 2007∼20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의 격돌 이후 11년 만이다. 토트넘은 첫, 리버풀은 통산 6번째이자 14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레알 마드리드에 1-3으로 패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