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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제교 사회부장 게재 일자 : 2019년 05월 24일(金)
권력기구 해체와 문재인式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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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사회부장

文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인식
대한민국 역사도 불의로 규정
공수처 신설로 진보 권력 모색

국가의 正義는 생존 목적 자체
지배계급의 도구 인식은 곤란
파괴 아닌 점진적 개선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 언급대로 2016년 말의 촛불 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한다면, 지금 상황은 혁명 국면이다. 거부감이 강한 혁명위원회 같은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본질이 드러나게 돼 있다. 혁명은 낡은 권력 체제의 파괴인 동시에 새로운 권력 체제의 탄생이다. 집권 중반에 들어선 문 정부가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문제는, 혁명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도 된다. 1945년 국립경찰 창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사실상 처음이나 다를 바 없는 대한민국 권력기구 일대 개편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명분은 정의로운 국가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취임 2주년을 맞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외쳤다. 또 “낡은 질서 속의 익숙함과 단호히 결별할 수 있는 용기”를 역설했다. 정의에 대한 그의 집착은 곳곳의 연설에 스며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를 시작으로,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중단 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부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도 국민”이라는 취임 1주년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연설에서 정의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뒤집어 보면 박근혜·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역대 보수 정부를 불의의 국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고도의 정치 세뇌 작업이다. 경찰과 검찰은 그 정의롭지 않은 국가를 떠받쳤던 ‘불의의 두 기둥’이라는 논리다.

새 권력체제를 구축하려면 낡은 권력기구를 확실하게 내던져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경찰 개혁’으로 포장해 최장 330일 패스트트랙에 태운 이유다. 경찰 개혁, 정확히 따져보면 ‘검찰 해체’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을 쪼개서 경찰에 주고, 경찰을 다시 수사와 행정 두 영역으로 분리하는 이중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을 ‘개’라고 부르면 품위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 호칭은 검찰이 정권을 지키는 충견 역할을 자처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래도 검찰은 적어도 자신의 존재 목적을 잊지는 않는다. 바로 국가와 사회의 질서 유지다. 양치기의 명령을 따르고, 따뜻한 모닥불 옆자리에서 고깃덩어리를 얻고, 가끔은 양치기의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양치기가 양 떼를 속이기 시작한다면 검찰은 돌아서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릴 것이다. 그게 양들을 지키는 검찰의 규칙이다.

공수처 수사대상은 청와대를 포함한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고위 공무원과 광역자치단체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7000여 명에 달한다. 공수처장은 국회추천위원회가 5분의 4 동의로 최종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게 된다. 인사청문회가 있지만 요식 행위고, 사실상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는 구조다. 개방직인 국수본부장과 공수처장에 참여연대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사를 앉히면 손쉽게 조직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검·경의 이빨을 뽑아내 순치시킬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수처와 국수본 신설에서 내걸고 있는 정의가 정말로 국가를 위한 것인지, 친노무현 그룹으로 표현되는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친노그룹 이론가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가란 무엇인가’(2017년 1월 개정판)에서 “국가가 여전히 지배계급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은 국가다운 국가가 아니므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똑똑한 시민들이 연대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외침은 국수본과 공수처를 통해 점점 현실로 그려지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국가의 정의는 생존”이라고 규정했다. 대한민국은 6·25전쟁 이후 혼란과 소요, 좌우 이념대립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 헌신적인 기업가, 유능한 관료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이 있어 오늘날의 풍요와 민주화를 이뤘고 살아남았다. 결코 “이게 나라냐”라는 저주에 가까운 욕설을 들을 국가가 아니다. 나무줄기가 썩었으면 잘라내고 치료하면 되지 뿌리째 뽑아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도자의 올바른 덕목은 파괴와 해체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편견 없이 직시하면서 더욱 위대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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