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경찰출신 영입전… 수사권조정 선제대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형 7곳 현황 분석

경찰대 출신 변호사 등
최근 3년 꾸준히 스카우트
경찰출신 전문로펌도 생겨

검경 수사권조정 앞두고
경찰측 입김 세질 가능성
“국민 사법비용 증가” 우려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 출신 변호사들의 대형 법무법인(로펌) 이적이 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권 조정 법안 시행 이후 바뀔 경찰 수사 및 재판 흐름에 대해 로펌들이 먼저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국민의 ‘사법 비용’만 늘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28일 대형 로펌 7곳을 대상으로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 현황’을 문의한 결과, 대형 로펌들은 최근 3년 새 일제히 경찰 경력을 가진 법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로펌의 경우 △2017년 9명 △2018년 12명 △2019년 13명 등으로 경찰 출신 변호사가 늘었다. B 로펌은 같은 기간 6명에서 8명, 11명으로 증가했다. C 로펌은 2017년 및 2018년 각각 6명이었던 경찰 출신 변호사가 현재는 7명인 상태다. D 로펌은 2017년 4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6명으로 늘었다. E 로펌도 지난해 새롭게 1명의 변호사를 영입했고, F 로펌은 경찰 출신 전문위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로펌 측은 “경찰 출신 변호사가 몇 명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있는 시기라) 더욱이 상세한 내역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로펌은 올해 경찰과 판사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변호사 등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로펌의 경찰 출신 변호사들은 대부분 경찰대 출신으로 최종 직위는 경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1월에는 경찰 출신으로만 구성된 로펌도 생겨났다. 해당 로펌은 파트너급 변호사 3명이 모두 경찰대를 졸업한 경찰 출신이거나 경찰 관련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논의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경찰 출신 변호사의 대형 로펌 행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 수사 과정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경찰 단계에서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해지고, 경찰 출신 변호사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 대부분의 고소·고발 사건은 경찰이 처리하는 만큼,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 로펌들이 선제적으로 경찰 출신 변호사를 ‘스카우트’해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출신 최병일 변호사는 “판사를 오래 해본 사람들이 법원 재판 과정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검사도 마찬가지이듯, 경찰도 경찰 실무를 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고유한 영역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에서는 경찰 단계에서 변호사 선임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국민의 변호사 선임 비용만 늘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지난 26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 제도는) 검사가 책임지고 결론을 내기 때문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 소위 ‘빽’이 통하는 일이 적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