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의약 新안전지대 미래 안심사회 연다>난치병 환자 위한 ‘희소 의료기기’ 국가가 사전구매해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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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긴급도입 필요 제품 공급 제도

소아당뇨용 연속혈당측정기
개인구매 의료법 위반 사례
고어사, 낮은 보험수가 탓하며
인공혈관 국내서 철수하기도

식약처, 법 시행규칙 개정
의료기기안전원에 예산 배정
필요한기기 수입절차 등 전담
신청자에 先제공 後비용청구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지난해 연속혈당측정기를 해외에서 구입했다. 소아당뇨를 앓는 아들을 위해서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센서를 몸에 부착하고 있으면 24시간 자동으로 혈당을 체크하고, 혈당 수치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전송해준다.

김 대표는 이 기기와 자동 인슐린 주사 장치인 ‘인슐린 펌프’도 해외에서 구입하고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인 경력을 이용해 혈당측정기 데이터에 따라 인슐린이 주입되도록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김 대표는 다른 어린이 환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대신 구매해주고 앱을 제공하다 지난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됐다.

김 대표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이 사건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연속혈당측정기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됐다.

김 대표 사례의 경우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국내 도입이 필요한 각종 의료기기의 공급은 여러 이유로 제동이 걸릴 위험이 늘 존재한다. 2017년에는 희소질환인 선천성 소아심장환자의 수술에 사용되는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업체 고어 사가 낮은 보험수가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이후 공급 지연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식약처는 희소·난치성 질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 등을 위해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국가 공급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을 12일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식약처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공급에 관한 업무를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위탁하고,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수요 조사를 실시한 후 계획을 수립해 공급하도록 체계를 마련했다.

사업을 위탁받은 의료기기안전원은 우선 2억 원의 예산으로 올해 말까지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수입과 공급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공급 상황 모니터링과 공급 불안정 의료기기에 대한 검토 방안을 마련하고, 여러 과의 전문의들로 ‘희소·긴급도입 의료기기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자문 체계도 운영한다. 또 이 같은 사업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홍보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의료기기의 사전구매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1억5000만 원이다. 의료기기안전원은 올해 말까지 우선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수입과 공급 및 구매대금의 회수 등 공급 절차를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급여의 적용 여부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나갈 예정이며, 사전구매품목의 선정과 신청 예상 품목에 대한 사전검토를 위해 전문위를 통해 분기별로 조사를 수행한다.

의료기기의 공급이 결정되면 의료기기안전원은 해외 판매처 조사를 통해 제품 정보와 주요국가의 판매 정보를 수집한다. 이후 해외 공급사에 의료기기의 구매 진행을 요청하고 통관 등 구매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한다. 세관 통관 절차까지 완료되면 보관창고에 두고 입·출고 상황을 관리하다 환자·의료기관 등 신청자의 공급 요청에 따라 제품의 수량, 라벨 및 사양을 확인해 제품 보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신청자에게 이를 전달한다. 신청자에게는 공급 후 7일 이내에 관련 비용을 청구하게 된다. 청구 비용은 제품 구입 및 수입·보관 시 발생한 비용을 합산하며, 이에 앞서 보험 급여 적용 여부와 본인부담금 규모 등을 확정한다. 사용 후에는 신청자가 공급받은 의료기기를 실제로 사용했는지 여부까지 확인한다.

희소·긴급도입 의료기기 전문위는 대한심장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골관절종양학회 등의 단체 및 환자단체(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외 관련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위원 10명을 모집해 구성된다. 전문위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해당 여부를 상시 검토한다.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공급 신청이 들어오면 제품의 사용 목적 및 국내 유사제품 도입 여부를 자문하고, 별도의 공급신청이 없어도 사전 수요조사 및 국내외 모니터링 등을 통해 연 1회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 사전구매 대상 희소 의료기기를 선정한다.

이 제도가 환자들의 긴급한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를 위한 예비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사업 종료 시점에서 구매예산 등이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전액 국고 반납 처리를 하게 된다. 의료기기안전원은 사업 기간 중 공급실적과 연말 재고 내역 등을 포함한 결과정산보고서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의료기기안전원은 이달부터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품목 선정과 구매에 들어간다. 식약처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의 공급 대응이 보다 수월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자의 공급중단 보고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올해 운영을 바탕으로 2020년 이후에도 의료기기안전원이 이 사업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지침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과 사업 운영을 통해 희소·의료기기의 국가 공급체계를 마련해 국민의 건강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