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리스크’ 공포… 글로벌 투자 발 묶인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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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관련 무차별적 의혹 제기
‘십자포화’맞고 업무마비 상태
美·中무역분쟁에 대응도 못해

애플·구글 앞다퉈 M&A 추진
삼성은 검토했던 계획도 중단
“흔들기 말고 정상경영 보장을”

“투자를 통해 힘든 여건 속에서 도약의 드라이브를 걸려 했는데 주저앉았어요. 과유불급(過猶不及)입니다.”

정보기술(IT)을 둘러싼 미·중의 냉전 구도 속에 국내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이를 앞장서 돌파해야 할 글로벌 간판 기업 삼성전자가 확정되지 않은 법적 리스크로 ‘공포의 덫’에 갇혀 옴짝 달싹 못하고 있다. 수출 주력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장이 하반기에 회생 기미가 없어 암울한 상황에서 당면한 G2 무역분쟁 대응은 물론, 대규모 투자 진행, 신규 인수·합병(M&A)까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화하는 만큼 수사를 빌미로 한 기업 흔들기 자제와 정상 경영 보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12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이 459억10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9.4% 감소하며 6개월째 마이너스(-)감소세를 기록했다. 투자, 소비까지 3대 성장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추세다. 국내 수출 비중의 20%를 웃도는 반도체마저 1년 전보다 수출이 30.5%나 감소해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6대 주력업종의 하반기 수출액은 1207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0.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은 위축된 경제 전반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턴어라운드’를 위한 준비를 마쳤지만,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와 관련해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와 위법적인 피의사실 공표, ‘낙인 찍기’의 십자포화를 맞고 올스톱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13일부터 사업부별 글로벌전략회의를 열어 G2 무역분쟁 등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나 검찰 수사에 따른 임원 구속 등 여파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발표한 180조 원 투자와 4만 명 고용, 올해 밝힌 시스템반도체 133조 원 투자 등을 추진해야 하지만 삼성의 전자계열사 간 업무조정 기능을 해온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는 임원 구속 수사 여파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보기술(IT)제품은 복합기능을 지향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수사 영향으로)임직원들이 평정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회계·조세전문가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바이오의 2012·2015년 회계는 회계학자 입장에서 분석했을때 문제가 없고 정당하다”며 “바닥을 뜯었다는 부수적인 증거인멸 논란을 키워 온갖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법적 불안정성을 일으키고 리스크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발이 묶인 사이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1개월에 한 번 꼴로 기업 M&A를 추진하고 구글, 아마존 등도 잰걸음을 하고 있지만, 삼성은 검토했던 M&A건 조차 중단했다. 이미 2017년 인공지능(AI)M&A가 무산된 뼈저린 경험을 한 삼성은 이번에 자칫 수뇌부 공백 사태로 투자 및 M&A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까 고심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AI, 자율주행 등은 한국이 지속해서 추격하고 연구·개발(R&D)을 해야 하는 분야인데 빠른 대처를 못 해 실기하면 영원히 낙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이은지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