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9번 잡고 친 공, 그린 에지 맞고 홀로 쏙!… 생애 유일 홀인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태성 대표가 지난 7일 제주시 한천로 사옥 옥상에 설치한 간이 골프 연습장 타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태성 인켈전기통신㈜대표

사업차 내려온 제주 35년째 거주
인맥 쌓으려 연 100회 라운드
경관 좋은 골프장 회원권 5개나
제주 찾는 육지 지인 접대 위해
맛집·골프장·항공사는 훤히 꿰야

1990년 머리 얹은 날 친 골프공
초심 잃지 않기 위해 지금도 간직
베스트 스코어 74타 2차례 기록

권태성(64) 인켈전기통신㈜대표는 제주가 ‘제2의 고향’이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35년째 제주에서 살고 있다.

지난 7일 제주시 한천로에 있는 인켈전기통신㈜ 사옥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 권 대표는 서울에서 살다가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쓰고 전기통신 관련 사업을 위해 제주로 내려왔다. 당시만 해도 제주에선 전기나 통신 등 기술을 갖고 있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던 것. 권 대표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공항에서 5분 거리인 사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3000여 평 부지를 사옥 겸 자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지가 넓어 사용하지 않는 일부는 유통업체 등에 임대를 줬다.

권 대표의 주된 매출은 통신 부문이다. 요즘 연 매출은 100억 원 규모. 제주에서 통신업으로 톱 클래스로 성장했다. 호텔 공사를 많이 했고 최근에는 신화월드 공사에 참여했다. 권 대표는 35년 제주살이에 대해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평범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사업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을 무렵 골프를 시작했다. 제주에 내려와 맨땅에 헤딩하듯 동분서주하며 5년 넘게 바삐 지내다, 골프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운동에 별 취미가 없었던 권 대표는 1990년 6월 10일 머리를 얹었다. 권 대표는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했다. 권 대표는 그때 사용했던 골프공을 간직하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잘 보이는 곳에 뒀다. 권 대표는 자신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에겐 제주에서 골프는 필수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골프를 안 치면 인맥 쌓기나 사회생활 등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골프를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 역시 인맥의 70∼80%가 골프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고 인정할 정도.

권 대표의 제주 정착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문화적인 차이가 큰 ‘벽’이 됐다. 제주에는 유달리 모임 문화가 많다. 학연, 지연, 혈연을 ‘괸당’ 문화라고 하는데 성씨가 같거나, 학연이 있다든지, 지역이 같은 동네라든지 등을 먼저 따지는 성향이 짙다. 권 대표 같은 외지인이 이를 극복하려면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권 대표는 먼저 이질감이 없도록 지역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한 번에 쫓아가서 해결되는 게 아니었기에 찾아가 매달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들보다 2배를 더 쫓아다녔더니 그들도 마음을 열었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1년이면 100회 이상 라운드를 한다. 건강과 사업상 목적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유대를 위한 라운드도 상당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그래서 제주지역 골프장 5곳 회원권을 갖고 있다. 블랙스톤, 핀크스, 캐슬렉스, 라헨느 등이다. 제주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서울 등 육지에서 지인들이 권 대표를 찾아 제주로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해 다양한 골프장 예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주 지역 31개 골프장에서 모두 라운드를 한 경험이 있다는 권 대표는 코스마다 나름대로 다른 특징과 매력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 골프의 장점은 골프장마다 기후가 각양각색인 데다 사철 푸른 잔디와 빼어난 자연경관을 첫손에 꼽을 정도. 제주는 골프장이 많다 보니 부킹이 어렵지 않아 번개 모임도 많은 편. 점심 먹다가도 의기투합해 곧바로 골프장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권 대표는 제주 블랙스톤 골프클럽 회원 중 제주 거주 멤버 15명으로 구성된 ‘먹돌회’ 초대 회장이다. 권 대표는 지난해 라온골프장이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하면서 블랙스톤 회원이 됐다. 권 대표가 회장을 맡은 후 세 차례 모임을 치렀다. 회비는 1명만 내지만 가족에게도 회원 자격을 주기에 모임 때마다 4∼5팀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다.

권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74타. 10년 전 제주에서 처음 기록했고, 이후 70대와 80대를 넘나들다가 2년 전 대구CC에서 마지막 2홀을 남겨두고 파 4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가 이글이 된 덕에 생애 두 번째 74타를 치기도 했다. 홀인원도 해봤다. 2006년 핀크스골프장 동코스 2번 홀(파3)에서 120m 거리의 앞 핀에서 8번과 9번 아이언을 두고 고민하다 9번 아이언으로 쳤더니 공이 그린 앞 에지를 맞고 그대로 홀로 들어갔다. 이날은 전국음향인협회 소속 ‘전음회’ 골프모임이 있던 날. 모임 시작 30분도 채 안 돼 작성했지만 이후 집중이 되질 않아 남은 홀을 어떻게 마쳤는지 모를 정도였다.

권 대표는 제주에서 사업을 하려면 ‘맛집·골프장·항공사’를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인들이 제주에 오갈 때마다 늘 부닥치고 해결해야 할 민원이다.

권 대표는 “내게 연락이 올 정도면 일단 쉽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하기에 주위의 식당이나 골프장 부킹, 숙박 예약, 그리고 비행기 티켓 등을 기본으로 해결해 줄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여러 골프장 회원권을 산 이유 중 하나다. 권 대표는 사옥 겸 자택 옥상에 헬스장뿐 아니라 개인 골프 연습장까지 만들었다. 연습장에 갈 시간도 아낄 겸 시간이 될 때마다 짬짬이 연습하기 위해 간이 타석을 이용하곤 한다. 권 대표는 “골프는 많은 장점이 있는 스포츠”라면서 “함께 골프를 하면서 간간이 대화하고 소통한다는 것만 갖고도 상대에게 나를 알리고 상대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