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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25일(火)
현실 부부의 뜨거운 정사… 특징없는 리메이크作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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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겟어웨이 - 끝없는 도주

극장에서 놓친 화제작을 보기 위해선 비디오가게로 뛰는 방법밖에 없었던 시절, 가게 주인의 권력은 그야말로 절대군주에 가까운 것이었다. 잘만 얘기하면 신작을 빼놨다가 몰래 주기도 하고, 단골에게는 가끔 영화 포스터를 얹어주기도 하던 주인아저씨에게 늘 충성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다 본 영화를 앞으로 감아서 반납했고, 반납 날짜를 철저히 지켰다. 이처럼 모범적인 고객인 내가 반납 일자를 지키지 못하고 몇 번씩 돌려봤던 영화가 있는데 그중 한 편이 ‘겟어웨이-끝없는 도주’(사진)다. 1990년대를 지배했던 킴 베이신저의 올 누드 출연작으로, 함께 출연한 앨릭 볼드윈의 전성기 시절 ‘핵미모’가 빛을 발한다. 워낙 광고를 많이 한 이 영화는 주인아저씨를 향한 충성 따위를 일순간에 구차하게 만드는 불가항력의 작품이었다. 그때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영화는 샘 페킨파 감독이 연출한 ‘겟어웨이’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에서, 또한 마이클 매드슨과 작고한 필립 시모어 호프먼, 제니퍼 틸리, 제임스 우즈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작이기도 했다.

‘칵테일’이나 ‘노 웨이 아웃’ 등의 히트작들을 연출했던 로저 도널드슨 감독이 1994년 내놓은 ‘겟어웨이-끝없는 도주’는 부부범죄단의 종횡무진 도주극을 그렸다. 닥(앨릭 볼드윈)은 거액을 받고 멕시코 마피아를 감옥에서 탈출시켜 주지만 이는 함정이었고, 이로 인해 그는 결국 멕시코 감옥에 수감된다. 20년을 구형받은 그는 아름다운 아내 캐롤(킴 베이신저)을 통해 조직 두목인 베논(제임스 우즈)에게 보석을 부탁한다. 닥은 베논의 도움으로 출옥하지만 대가를 치러야 했다. 베논의 요구에 따라 예전 한팀이었던 루디(마이클 매드슨)와 한슨(필립 시모어 호프먼), 그리고 캐롤과 함께 도박장의 금고를 털어야 했다. 닥은 성공적으로 금고를 털지만 루디가 작전 중 한슨을 죽이고 자신마저 죽이려 하자 그를 총으로 쏜다. 닥은 턴 돈을 나누기 위해 베논에게 향한다. 그러나 베논은 돈보다 캐롤을 요구하며 닥에게 도발한다. 캐롤에 대해 성적인 모욕을 퍼붓던 베논을 캐롤이 쏘아버리면서 이들은 경찰과 조직,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루디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된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원작의 완성도에 견줄 만한 특징도, 설정도 하나 없는 이 영화가 화제작이 된 것은 단연 베이신저의 기여로 봐야 한다. ‘나인 하프 위크’의 어마어마한 히트 이후로 베이신저의 인기는 독보적이었거니와 당시 실제 부부관계였던 볼드윈과 베이신저의 영화 속 섹스신은 개봉 이전부터 모두가 기다렸던 유일무이한 스펙터클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1994년에 출시된 비디오 버전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섹스신에서는 모자이크가 화면의 반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베이신저는 열연을 펼쳤고, 액션과 몇몇 추격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베이신저의 엉덩이와 입술을 관찰하는 장면들로, 도널드슨의 리메이크작은 분명한 노선을 택했다.

세 무리에게 쫓기는 닥과 캐롤은 끊임없이 언쟁을 벌인다. 닥이 자신을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캐롤이 베논과 잠자리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질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듯 닥은 캐롤을 몰아붙이지만 캐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결국 돈가방을 쥐고도 한결같이 닥 곁에 남아준 캐롤에게 닥은 마음을 풀고 엘패소의 한 호텔에서 텍사스만큼이나 뜨겁고 걸출한 화해의 섹스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과 루디가 닥과 캐롤의 뒤를 따라 호텔에 도착하고, 두 사람은 수십 명을 상대로 총격전을 벌인다. 영화는 섹시한 부부의 압승으로 후련한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도널드슨의 리메이크작은 혹평을 받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비디오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또한 영화 개봉 이후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영화의 리뷰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거역할 수 없는 길티플레저’로 굳건한 컬트적 숭배를 받고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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