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외교가 부른 日보복, ‘경제맞불’은 한계

정부 ‘할당관세’ 등 對日 5대전략 세웠지만…

WTO제소·국제공조·日감시
‘3종세트’에도 실효성은 의문
최후의 ‘전략물자 규제’ 남아

“양국 정상간 신뢰회복 통한
정치적·외교적 타협이 최선”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한 5가지 전략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전면 대응에 나서기로 했으나 실효성 있는 효과를 얻기에는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따라 “외교로 촉발된 문제인 만큼 외교적으로 접근해 풀어야지, 경제를 동원해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5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법 고발 △반도체 생산 차질 등에 대한 일본 압박 국제 공조 △일본의 규제품목 수출 심사 시 불합리한 기준 적용 감시 등 일명 ‘3종 세트’를 내놓았다. 여기에 국내법 관련 대응 수단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국에 관세를 인하해주는 ‘할당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의 맞불 전략 카드’로 꼽히는 ‘전략물자’ 수출 규제도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할당 관세의 경우 “법적으로 가능한 대응이지만 아직 검토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략물자 수출 규제 방안도 현 단계에서는 매우 신중하다.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를 일본 수출 규제 품목으로 등록해 일본 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까지 그 피해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정면 대응으로 선회했지만, 실제 일본에 타격을 줄 회심의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중 간의 갈등은 누적된 국제정치·안보 패권경쟁을 기저로 경제적 이해가 첨예하게 맞선 배경이 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은 양국 간 정치·외교 문제가 발단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대응 전략에는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한 방’이 없는데 양국 간 보복전이 장기화하면 오히려 우리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산업·무역 구조로 본다면 우리가 유리한 국면은 없다”며 “문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양국 정상들이 과거사 관련 쟁점에 대해 신뢰 회복을 통한 정치·외교적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