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이 800만원으로… 사채 뺨치는 ‘교실 고리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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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꿈 짓밟은 高利의 늪

PC방비로 빌린 소액이 눈덩이
협박·갈취 시달리다 결국 자퇴
학교전담 경찰관에 도움 요청
가해자 처벌하고 학업에 복귀

경찰, 학교밖 청소년 일제점검
거리상담 통해 2060명 계도

“30만 원 빌렸으니 800만 원 갚아라.”

같은 고등학교 학생끼리 PC방 비용을 빌렸다가 고리대금 수준의 빚으로 불어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빚이 수백만 원까지 늘어나자 돈을 빌린 학생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했다.

경북 지역에서 부모 없이 할아버지·할머니 손에서 자란 A 군은 교우들로부터 “옷이 깨끗하지 않다” “조용하다”는 이유로 일종의 ‘은따’(은근한 왕따) 취급을 받았다. A 군을 걱정하던 담임 교사는 학교전담 경찰관(SPO)에게 상담을 의뢰했다. ‘은둔형 외톨이’처럼 말없이 학교생활을 하던 A 군은 친구들에게도, 공공근로를 하며 어렵게 생활을 유지하는 할아버지에게도 차마 PC방 갈 돈을 달라고 조를 수 없었다. 결국, 같은 학교 ‘이진’(일진을 따라다니는 친구) B(19) 군에게 ‘대리입금’ 형식으로 30만 원을 빌려야만 했다. 대리입금이란 10만 원 전후의 소액을 2∼7일간 빌려주고 고금리 이자를 받는 신종 사채다. 연이율이 약 8200%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A 군은 빌린 돈 30만 원을 일주일 후 40만 원으로 갚는 조건으로 대리입금 대출을 받았다.

A 군은 아르바이트를 구해 40만 원을 갚을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아르바이트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30만 원이었던 빚은 일주일 만에 40만 원으로, 한 달여 만에 100만 원이 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B 군의 악행이 시작됐다. B 군은 A 군이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 “얘 월급을 나한테 달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월급을 가로챘다. 심지어 밤 10시가 넘는 시간에 A 군의 집을 찾아가 “친구 보러 왔다”며 능청스레 문을 두드렸다. A 군은 70대 중순의 할아버지·할머니가 혹시 이 일을 알게 될까 봐 잔뜩 겁에 질리곤 했다.

B 군의 협박에 A 군은 학교를 그만뒀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탓이었다. A 군은 식당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가까스로 300만 원을 갚았다. 그래도 남은 빚은 500만 원이었다. 도저히 갚을 도리가 없었던 A 군은 학교 재학 시절 만난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재흥 경북 상주경찰서 경위는 “지금부터 모든 일은 아저씨가 책임질 테니까 돈 갚는 거 그만두라”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B 군은 공갈로 검찰에 송치돼 제2호(수강명령), 제4호(단기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A 군은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 4월 검정고시에 일부 합격했으며 기능대학에 입학했다.

경찰청은 9일 ‘학교·가정 밖 청소년 일제발굴 기간’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비행청소년 주요 활동지 거리상담으로 총 2060명(학교 밖 청소년 1824명, 가정 밖 청소년 236명)을 발굴하고 ‘가출팸(가출+패밀리)’ 15개(82명)를 해체했다.

김 경위는 “최근 유행하는 대리입금은 말도 안 되는 상환 조건인데도 10대 특유의 또래 문화 때문에 갚아야 한다고 믿으며 되레 움츠러드는 학생이 많다”며 “언제든 학교 전담 경찰관을 찾아달라. 같이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