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에 드라마 잇따라 중단·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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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생존기’ 강지환 구속이어
‘키마이라’ 스태프 성추행도
배우 교체·제작 중단 사태
방만한 ‘성윤리 의식’ 도마에

드라마 시장에 성(性) 추문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사회 전반을 휩쓸고 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 이후 드라마 대본 첫 장에 성폭력 예방 수칙을 담는 등 자정 노력을 해왔으나 최근 잇따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며 여전히 방만한 성윤리 의식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배우 박해수, 수현 등이 캐스팅돼 촬영이 진행 중인 130억 대작 ‘키마이라’ 제작 현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키마이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조연출인 A는 지난달 24일 회식 자리에서 스크립터 B를 성추행했다. 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B에게 사과한 A는 13일 스태프들이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 입장을 담은 글을 남긴 후 14일 퇴사했다. 제작사는 자숙의 의미로 지난 주말 ‘키마이라’의 촬영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조선생존기’에 출연 중인 배우 강지환(사진)은 지난 9일 함께 일하는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경기도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로 인해 휴방을 결정했던 제작사 측은 결국 구속된 강지환 대신 배우 서지석을 투입하기로 했다. 제작사 측은 “다른 배우를 비롯해 방송사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촬영에 돌입해 27일부터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잇따라 성추문이 발생하자 각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내부적으로 “성윤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각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촬영 시작 전 전문 강사를 초빙해 성윤리 교육을 받고 대본에 성폭력 예방 지침을 넣는 등 유사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름값 높은 주연급 배우들은 대다수 이런 교육에 참석하지 않고, 그런 교육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가 줄며 흐지부지해졌다.

한 중견 외주제작사 대표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정례화해 모두가 참석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닌,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