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문점에서 ‘한·미 훈련 중단 약속’ 北 주장 사실인가

일본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하고, 미국에서는 북핵 동결론이 공공연히 나오는 와중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의 사실상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에서 ‘확약’했다며 구체적 정황까지 제시함으로써 단순한 협상용 주장이 아님을 내세웠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 핵무기 폐기가 늦어질수록 그만큼 더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은 확고해야 하고, 한·미 훈련도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에서 거듭 확약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연합훈련이 실행될 경우엔 미·북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상황 설명까지 제시했다. 한·미 양국은 오는 8월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CPX)을 실시할 예정인데, 이에 대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위반’이라고 했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2 성명은 북한의 체제 보장과 완전한 비핵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북한 반응은 단순한 미·북 실무협상뿐 아니라 비핵화 약속도 깰 수 있는 협박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합훈련 중단 방침을 밝힌 뒤 대규모 훈련은 중단됐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명칭도 바꿨다. 그런데도 북한은 계속 문제를 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훈련 중단 약속’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 우선, 미·북 정상의 판문점 53분 회동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됐고, 어떤 약속이 이뤄졌는지 알고 있는가. 판문점을 떠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귓속말을 했는데 청와대 측은 “중요한 내용이 대화 속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도 미국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훈련 중단 약속에 대해 알고도 용인했다면 대한민국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고,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듣지 못했다면 한·미 불신이 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 어느 경우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