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일째 ‘법안처리 제로’… 예금자보호법 등 ‘일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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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이후 한건도 안해
방송법 개정안도 이미 일몰
민생·경제법안 줄줄이 낮잠
野, 안보국회 소집요구안 제출

지난 4월 5일 이후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 전무’ 기간이 26일로 113일째를 맞았다. 이에 따라 민생·경제 관련 법안과 일몰 법안 등의 처리가 줄줄이 지연되는 등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4월 5일 본회의 이후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이 20대 국회 4기 원내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이들이 취임한 뒤 단 한 건의 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법안 처리 전무 기간 113일은 20대 국회 들어 두 번째로 긴 기간이다. 20대 국회는 2016년 5월 30일 임기 시작 후 같은 해 11월 30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처음 열어 185일간 법안 통과가 되지 않은 적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원 구성 직후 여야가 ‘제로(0)’ 상태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사실상 최장 기간 법안 처리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회의가 개최되지 않으면서 주요 법안들도 발이 묶이고 있다. 특히 일몰 기간이 도래한 법률이 갱신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부실 저축은행과 관련 있는 인사의 재산은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3월 23일 일몰됐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예금보험공사의 계좌추적권을 상시화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유료방송 합산 규제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은 일몰된 지 이미 1년이 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견이 있기도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 개정안도 8월 12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 주는 원샷법은 재계에서 꼭 필요한 법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을 위한 법안은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도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해 불법을 국회가 계속 방치하는 꼴이 됐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중국·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영공 침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문제를 다룰 임시국회 소집 요구안을 이날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가 열리면 추가경정예산안도 같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의사일정 합의에 이를지는 불분명하다.

윤명진·김유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