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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31일(水)
차명(借名)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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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1980∼1990년대 중반까지 풍미했다가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연세대 점거 농성 사건 이후 퇴조했던 ‘학생운동권’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예전엔 진보 일색이었지만 이젠 보수·진보로 나뉘고, 구성원도 대학생에 30대 인사들까지 포괄한다. 편향성은 심해졌고, 투쟁 방식은 공작(工作)과 패러디 등 다양해졌다.

지난 3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실에 칼과 죽은 새, 협박성 편지가 담긴 소포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여왔다.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밝힌 편지엔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독재의 홍위병이 됐다.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태극기 부대 등 일부 극단적 우파 단체의 ‘백색테러’로 짐작이 갔지만 29일 경찰이 추적 끝에 범인을 잡고 보니 놀랍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인으로 떠받드는 진보 성향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유모(35) 씨로 밝혀졌다. 이 단체는 지난해 김정은의 방한을 환영하기 위해 ‘백두칭송위원회’를 만들고, 시내 한복판에서 ‘김정은 만세’를 연호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 6월 연구발표대회에서 김정은에 대해 “민족을 하나로 모으고 동포애를 발휘하고 사랑과 믿음의 정치를 펼쳤다”고 치켜세웠다. 우파단체가 보낸 것처럼 조작함으로써 보수단체와 국민의 틈을 벌리기 위해 ‘차명(借名) 테러’를 저지른 셈이다. 김정남 살해 등과 같은 북한의 ‘차도(借刀) 살인’ 수법을 배운 듯하다.

보수 학생·청년단체에서는 ‘전대협’이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8명이 북한 군인 복장에 가짜 총을 들고 나타나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을 풍자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는데, 리더인 23세 대학생의 직책도 북한식으로 ‘최고사령관’이다. 북한에서 쓰는 글씨체, 대자보 등을 흉내 내고, 내용은 최저임금 문제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내용을 담고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풍자하기 위해 쓰고 있는데 ‘신(新) 전대협’이라고 부른다. 현 정권의 핵심 586 세력이 주도한 전대협에 친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패러디한 것이다. 참혹한 북한 인권 실상을 외면하고 김정은을 떠받드는 단체나, ‘신 전대협’의 과한 퍼포먼스 모두 국민 눈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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