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권 수사 검사들 좌천, 권력에 줄 서라는 메시지인가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권 행사 향방을 가늠할 검찰 간부 인사가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임명장을 수여할 때 “우리 윤 총장님”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엄정하게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었다.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 그런 발언은 허울이었고 실상은 정반대임을 알 수 있다. ‘죽은 권력’ 수사 검사들은 영전했고, ‘산 권력’ 수사 검사들은 줄줄이 퇴직하거나 좌천됐기 때문이다.

31일 단행된 인사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한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그 상관인 차장 검사는 서울고검으로 전보됐고,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미 사직했다. 손혜원 의원을 부동산 실명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서울남부지검도 김범기 2차장이 고검 형사부장으로 옮겼고, 권익환 전 지검장은 퇴임했다. 손 의원 수사 자체가 부실 수사 지적을 받았을 정도인데, 이번 인사를 보면 공소 유지는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이석기 사건’ 기소 검사는 검찰을 떠났고,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공안(公安)검사 출신은 전멸했다. 현 정권의 우군인 노동조합 세력이 무소불위 불법을 자행한다는 점에서 누가 엄정하게 수사할지 걱정된다.

반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며 전 정권의 ‘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 등 요직을 차지했다. 사표를 낸 어느 검사가 ‘인사는 메시지’라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번 인사의 메시지는 권력 편에 서서 충견 노릇을 하라는 것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