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경영부실… 청송사과유통公 첫 자진폐업

적자 누적·경영진 비리 겹쳐
주민 혈세 낭비에 비난 쇄도
지방공기업 절반이상이 적자
전국적 자진폐업 자극제 주목

경북 청송군이 설립한 지방 공기업인 청송사과유통공사가 적자와 경영 비리 등으로 출범 8년 만에 스스로 문을 닫았다. 정부가 부실 방만 경영 지방 공기업에 대해 법인 청산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자진 폐업은 청송사과유통공사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에 따라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막대한 혈세만 낭비하는 다른 지방 공기업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청송군은 사과유통공기업인 청송사과유통공사가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군은 공사를 사과 브랜드 가치 향상과 유통체계 개선으로 농업인 소득을 높이기 위해 2011년 8월 청송군 예산 18억 원과 농민 자금 4억1600만 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하지만 2014년 청송군 전체 사과 생산량(4만5515t)의 10.1%인 4600t을 처리해 당기 순이익 2억9200만 원을 올렸으나 갈수록 처리량과 매출액이 감소해 지난해 누적 적자가 6억3200만 원으로 자본금(22억1600만 원)의 28.5%에 이르게 됐다. 또 공사 전 사장 등 경영진의 비리로 공공성이 미흡하고 신뢰도가 추락해 행정안전부가 지방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적 평가에서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 등급(마)을 받았다.

결국 군은 사과유통공사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해산 절차에 들어가 민간 투자를 한 농민 주주 98.4%의 찬성 의결로 문을 닫았다. 청송군 관계자는 “초창기 운영이 활발했으나 갈수록 관료화하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송사과유통공사의 청산은 조직 비리, 적자 누적 등으로 경영이 부실한 다른 지방 공기업의 자발적 폐업에 자극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이 투자한 청송사과유통공사와 달리, 대부분 지방 공기업은 지자체 세금 전액 출자로 설립해 경영에 대한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비리가 만연하고 혈세를 쏟아붓고도 경영이 부실해 성과가 나오지 않은 곳은 더 곪기 전에 과감히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공기업 401곳의 총부채 비율은 37.3%이며 절반 정도인 205곳이 당기순손익 적자를 기록했다. 또 지방 공기업 27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미흡한 ‘라’ 등급 19곳(7.1%), 최하위인 ‘마’ 등급 7곳(2.6%) 등 10곳 중 1곳이 부실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행안부는 2010년 부실 경영 지방 공기업 26곳에 대해 민영화나 통폐합 등 직접 구조조정을 한 바 있다.

청송=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