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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9일(金)
총기규제 여론 들끓어도… NRA·의회·수정헌법 탓 번번이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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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총기난사 현장 인근에 설치된 임시 추모소를 찾은 한 여성이 고개를 숙인 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美 또 총기참사… 왜 연방 차원 법안 없나

연간 2억달러 예산 쓰는 NRA
워싱턴 정가에 막강한 영향력
트럼프 캠프에도 3000만달러

총기 소지권 지지하는 공화당
의회 장악한 경우 많아 걸림돌

“소장·휴대 권리 침해는 안돼”
‘수정헌법 제2조’ 근본 장애물


“총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Guns don’t kill people, People kill people)” 미국의 총기 소유를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다. 이 단순한 격언은 미국 사회에서 총기 규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최근 텍사스주 엘패소,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며 총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여전히 규제 가능성은 낮다. 미국 독립연구기관들이 “총기 소유와 살인 사이에 두드러지는 상관관계가 있다” “개인이 총기를 많이 소지한 주(州)일수록 총기 관련 사망률이 정비례한다”는 통계를 발표한 게 벌써 십수 년째다. 총기 규제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 여론은 수십 년 동안 확인돼왔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 달리 총기규제가 실제 성공하기 힘든 것은 미국총기협회(NRA)의 격렬한 반대, 입법안이 올라올 때마다 폐기시키는 의회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무기 소지의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2조가 자리 잡고 있다.

▲  9일 발매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올해 총기난사 사건을 겪은 253개 미국 도시 이름이 빼곡히 채워졌다. 표지 중앙에는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의미의 ‘이너프’(ENOUGH)가 새겨져 있다. 타임 트위터 계정 캡처, 연합뉴스
◇무소불위의 권력 휘두르는 NRA = NRA는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로비 집단 중 하나다. 이들은 ‘금권정치’라는 수식어가 붙는 워싱턴 정가에 막대한 돈으로 힘을 행사한다. 로비를 통해 정치자금을 후원할 뿐만 아니라 똘똘 뭉친 50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NRA는 대부분의 총기 규제에 반대하며 연방 및 주 차원에서 기존의 총기 소유 규제를 철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871년 여가 단체로 출범한 이 단체는 1934년 총기 관련 법에 대한 정보를 회원들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일로 로비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총기 통제법이 통과된 뒤인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1975년 NRA는 산하에 로비 전담 부서를 새로 설치했다. 1977년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할 정치행동위원회(PAC)를 만들었다. 워싱턴에서 NRA는 거물 정치인을 만들 수도, 그리고 무너뜨릴 수도 있는 정치세력이란 명성을 구축했다.

NRA는 한 해 2억 달러(약 2421억4000만 원)가 넘는 예산을 쓴다. 미국 민간 조직인 책임정치센터 집계에 따르면 NRA는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3000만 달러(약 342억 원)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NRA는 총기 소유권에 대한 성향에 근거해 정치인들을 A, AQ, B, C, D, F 등 6등급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분류는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맨더링과 필리버스터로 상·하원 통과 어려워 = 잇단 총격사건을 계기로 최소한 총기 구매 시 신원조사(Background Check) 강화,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 금지 등을 담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이번에도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당장은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구조와 의사 진행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제도가 걸림돌이다.

최근 BBC는 대부분의 연방 총기 규제 법안은 시작도 되기 전에 미 하원에서 가로막힌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하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우세한 하원은 총기 소지권을 지지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편 하원의 경우 실제 득표수보다 공화당 의석이 많은 편이다. 선거구 구획 방식이 대부분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에서 만든 법안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단원제인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49개 양원제 주 가운데 30개 주에서 상·하 양원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22개 주에선 의회뿐 아니라 주지사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은 14개 주에서만 주지사와 주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총기 규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상원에서는 의회 안에서의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가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가 벌어진다면 주요 법안은 100명의 상원의원 중 단순히 51명의 과반수가 아닌 60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실제 지난 2012년 12월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건 이후 2013년 상원에서는 총기 구입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있었다. 해당 법안은 양당의 상당한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NRA의 로비와 필리버스터 실시로 법안은 단 56명의 투표를 얻어 정족의결수를 채우지 못해 통과되지 못했다.

◇총기 소지 보장하는 헌법 = 수정헌법 제2조는 ‘규율 있는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기에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People)의 권리는 침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근거로 실제로 일부 주에서 통과된 총기 규제 법안은 미국의 사법 체계라는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혔다. 수정 헌법 2조와 관련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고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총기소지 가능 주체로 민병대 구성원이냐, 인민이냐의 논란이었는데 결국 ‘인민은 모든 개인’을 의미한다는 판결로 귀결됐다. 2008년 연방대법원은 신변 보호용 총기 소지를 금지한 워싱턴 DC의 엄격한 규제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연방항소심의 판결을 지지했다. 수정헌법 제2조가 전반적인 총기 소지의 권리 근거를 제공하고, 개인용 무기를 소지하는 데 까다로운 등록조건을 둬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다. 2010년에도 연방대법원은 주 정부와 지방 정부의 총기 규제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주 차원에서 내려진 소총의 금지나 등록조건, 총기 휴대 규제 조치에 대한 이의제기에 대해 대법원은 검토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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