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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26일(月)
과시하기 좋은 작품에 열광하는 세상… 진짜 예술은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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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열렸던 옥인콜렉티브의 랜덤 아카이브 전시 장면. 자료사진

문화예술을 진정 사랑한다면
세상 울림 주는 작업에 관심을


세상에 전해지는 소식 중 좋은 것보다 나쁜, 속상한 소식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최근 미술동네에 옥인콜렉티브의 일원이었던 이정민, 진시우 부부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작가 김화용과 함께 꽤 의식 있고 진중한 작업으로 세상을 일깨워 줬던 이들이다. 2010년부터 셋이 그룹을 결성해 도시재개발과 그에 따른 여러 사회적 문제, 부당해고, 위험한 사회 등 개인과 공동체, 개인과 집단,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폭넓은 관찰과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영상과 퍼포먼스, 설치 등의 다양한 작업으로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묵직한 울림이 있는 작업을 발표해왔다.

그래서 그들의 작업은 의식 있는 큐레이터, 비평가나 작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소수의 편애층이 그들의 삶과 예술을 책임질 수는 없었다. 그들이 세상을 떠난 원인이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 결국 “팔리지 않는 좋은 작업”으로 인한 생활고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한다. 하나 자신들의 죽음을 예고하는 예약 메일을 통해 “바보 같겠지만 ‘작가는 작업을 만드는 사람’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남겼다.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배고픔, 가난이 아니라 더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해 온 가치가 무엇인지를 말하며 세상을 떠났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세상에 기름기가 좀 돌면서 많은 이가 문화와 예술을 입에 올리고, 이를 옹호하고 후원하는 자선가(philanthropist), 소비층이 꽤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나라에선 예술인 복지재단을 만들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며 그 예산 또한 적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문화재단을 세워 이 비슷한 일들을 수없이 벌이고 세금을 쓰는데, 왜 생활고 때문에 세상을 떠나야 하는 작가들이 나오는 것일까. 결국 돈 나눠 주는 일이 문화정책이라고 믿는 개발도상국가 시절의 도그마에 갇혀 있는 문화정책도 한몫 거든다. 세상에 사람의 일치고 완벽한 것이 있으랴만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선제적 정책이나 대안보다는 일 터지면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여전한 후진적 버릇도 한몫 보탠다.

하지만 삶은 부박한데 기름기 좀 도는 일부 계층의 한없이 천박한 생각과 경솔한 행동이 세상을 피폐화하는 큰 원인을 제공한다. 이들은 입으로만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후원하며 즐긴다지만 이는 자신을 위하기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런 일은 우리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급격하게 산업의 구조가 바뀌면서, 짧은 기간 큰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면서, 그 부에 걸맞은 교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나타나 생긴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들 특징은 문화와 예술을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선택하고 즐기기보다 남에게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취급한다. 이들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새기기보다는 ‘귀’에 의존한다. 요즘은 SNS와 황색언론이 이들을 움직이는 가장 영양가 있는 도구다. 그다음은 ‘돈’이다. 이제 전시를 홍보하는 키워드도 ‘세상에서 제일 비싼 작가’ ‘최고 비싼 그림’ ‘보험료가 얼마’ 등이 차지한다. 이를 보면 작가들이 뭐라고 할까 얼굴이 뜨거워진다.

세상 사람들이 가벼워지다 보니 모두 바람을 일으켜 우리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원인은 우리의 ‘결정장애’에 있다. 결정에 따른 책임을 내가 지기보단 남에게 미루기 위해, 나는 최대한 결정하지 않고 남의 말, 여론에 따라 움직인다. 결과가 마음에 들면 자신의 몫이고, 마음에 안 들면 SNS나 좋다고 말한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루는 편한 삶(?)을 과연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사회현상을 위험하다고 말하고 경고하는 의식 있는 작가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하는 시대, 우리의 한없이 부박한 생각과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모든 가치를 대신하는 현실, 진짜를 가장한 가짜예술을 가려낼 수 없는 세상, 글쎄 과연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의연하게 바람에 맞섰던 그들을 이렇게 보낸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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