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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05일(木)
韓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 在日조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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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본조선인연맹(조련)은 1949년 미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해산(왼쪽 사진) 됐고, 1947년 ‘조선인생활옹호’ 대회는 미군정의 헌병과 일본 경찰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오른쪽) 푸른역사 제공

-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 / 정영환 지음, 임경화 옮김 / 푸른역사

조선독립 애쓴 역사의 주체지만
해방이후 한국전쟁 발발前까지
日선 탄압받고 고국선 외면 당해
독립국민 권리 못 누린 채 설움

朴정부 때 입국 거부당했던 작가
여전히 南과 北 사이 경계人 절감
재일조선인사 방대한 자료 분석
현대사의 ‘빈틈’ 메우기 결과물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은 먼 나라에 살고 있는 가까운 이웃인가, 아니면 가까운 나라에 살고 있는 먼 이웃인가? 이 책의 ‘추천의 글’을 쓴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재일조선인에 관해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조적인 질문이다. 재일조선인은 일제 패망으로 ‘해방’됐으나 미군정인 연합국총사령부(GHQ)와 일본 정부에 탄압받았고 고국으로부터 외면됐으며 식민주의의 틀 속에 남아있었다.

이 책은 1945년 해방의 날부터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재일조선인들의 해방 5년사를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상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특히 남한에 있어서 그들은 철저히 외면받았고, 이 기간은 현대사의 ‘빈틈’처럼 돼 있다. 지금도 재일교포, 재일동포,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 재일코리안 등 하나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그들의 명칭은 그 ‘빈틈’을 가리킨다. 우리에게 재일조선인이라고 하면 ‘민단-조총련’의 구분이 먼저였고, 특히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왔던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으로 익숙했었다. 과거 독재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종종 재일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현 정부 들어 재일조선인의 ‘국적불문 입국’이 가능해졌지만, 재일조선인은 여전히 남이냐, 북이냐는 질문 속에서 식민주의 시대를 벗어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책의 저자인 정영환(39)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교수는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2016)이란 저서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재일조선인 3세 사회학자다. 그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학회와 강연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려다가 ‘조선 국적’과 북한 방문 경험 등을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고, 한국의 시민단체가 대리인으로 나서서 입국 거부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벌인 것으로 유명했다. 소송은 1심에서 승소했지만, 어이없게도 2심과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재일조선인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식민주의의 구속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저자 자신이 소송에서 재현한 셈이다.

‘재일조선인들의 해방 5년사’는 일본의 역사인가, 남한의 혹은 북한의 역사인가. 저자가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하고 있지만, 그는 남북한 현대사로서의 ‘재일조선인사’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책을 썼다. 그동안 남한사회나 학계는 일제 패망 이후의 재일조선인을 마치 전후 처리 ‘문제’의 일환이나 전후 처리의 ‘대상’으로 다뤘다. 저자는 재일조선인이 ‘문제’로 취급될 대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해방 5년의 공간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동시에 조선의 독립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위해 분투했던 역사의 ‘주체’였다. 책은 이점을 치밀하게 입증하면서 재일조선인의 운동을 당시 한반도를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 각국의 민중이 맞이한 동시대적 과제와 연결 짓고, 더 나아가 거기서 남북 분단의 극복이라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고자 한다. 책의 원제목은 ‘조선독립으로의 험로:재일조선인의 해방 5년사’이다.

5년의 해방 공간은 재일조선인들에게 격동의 시간이었다. 1945년 197만여 명에 달했던 재일조선인의 인구가 1950년 말에는 54만여 명으로 급감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내지(본토)에서 노동력 부족을 메워왔던 재일조선인의 존재는 하루아침에 빨리 지우고 싶은 ‘과거’로 변했고, 일본 정부는 재일조선인들을 위법행위를 일삼는 공산주의자로 내몰며 GHQ에 이들의 강제송환을 설득했다. GHQ와 일본 정부는 조선인을 ‘독립국민’ 혹은 ‘연합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일본 경찰권의 통제를 받는 ‘재일조선인=일본인’으로 간주했다. 거주권이 인정되는 귀환의 권리를 부정하고 일제강점기와 다름없는 송환의 대상으로 바꿔버렸다. 일본 정부는 1947년 외국인등록령을 실시해 재일조선인에게 퇴거를 강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해방 5년은 귀환하는 동포들의 귀국의 권리를 보장하고 남아있는 동포들의 생활의 권리를 지키는 동포 단체의 역할이 시급하고 절실했다. 그 역할의 중심은 해방 직후에 결성된 재일본조선인연맹(조련)으로, 이 단체는 ‘외국인인 조선인의 공적 기관’을 자임하며 자치활동을 전개해 전후 재일조선인운동사의 시작을 알렸다. 조련은 거주권과 생활권 옹호를 위한 운동을 전개해 나갔으며, 그 조직이 중앙은 물론 지방, 심지어 도서 지역인 쓰시마(對馬)까지 만들어졌다. 그들은 전국에 초중등교육기관 및 활동가 양성을 위한 고등학원, 청년학원을 설립하고 일본공산당을 포함한 일본의 진보진영과 연계하고 일본의 민주화 운동에도 기여했다.

해방 5년이 조총련의 전신인 조련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은 그것이 당대의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점령군 측의 몰이해와 일본의 식민주의에 노출된 채 생존을 위해 투쟁해온 재일조선인, 이후에도 남이냐 북이냐 선택을 강요받아온 ‘경계인’. 책은 이들의 역사이면서 한국인의 지워진 역사, 한국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책은 재일조선인 단체들이나 개인, 일본 정부와 연합국 점령 당국의 문서, 일본 지방자치체의 공문서 등 광범하고 다양한 문서를 발굴해 재일조선인 연구의 사료적 토대를 크게 확장시켰다. 2013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번에 한국어판을 내면서 대대적인 수정, 보완을 거쳤다. 624쪽, 3만8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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