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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0일(金)
‘자급자족’ 경제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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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미국·중국 경제전쟁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중국 정부의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다. 이 전략의 한 중심에 있는 게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 구축이다.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핵심 부품과 소재의 자급률을 2015년 40%에서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일종의 배타적 자국 완결형 가치사슬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홍색(붉은색)’을 내세워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글로벌 분업체계를 흔들고 자국 내에 완벽한 자립형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국가 의지를 집약한 것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글로벌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경제부흥의 신호탄을 쐈던 중국이 자립형 경제를 미래 전략으로 삼았다는 게 이채롭다. 경제 자립 측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이 북한이다. 1956년 김일성이 제시한 자립적 민족경제를 근간으로 해온 북한은 김정은이 올 4월 하노이에서 빈손 귀국 후 대북 제재에 굴하지 않는 자립·자력 경제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사설에서 남에게 의지한 경제의 허망함을 지적하면서 “자력갱생만이 우리가 살길이며 전진 발전의 유일한 진로”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의 경제자립 노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한민국 내에서도 때아닌 경제자립 목소리가 드높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촉발된 경제자립 요구는 내년 예산에도 곧바로 반영됐다.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조기 자립화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올해의 2배가 넘는 2조1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총 100개 핵심 품목의 자립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됐다.

핵심 소재·부품을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렇다고 제품 소재에서 중간재, 완성품까지 모두 자체 조달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없다. 정치와 외교에서 비롯된 문제는 정치·외교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82%에 달하는 한국경제가 개방이 아닌 폐쇄적 경제자립에서 길을 찾으려 들면 반드시 뒤탈이 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극일(克日) 경제 전략이 인접한 중국·북한과 더불어 글로벌 개방경제에 대항하는 ‘동북아 자립경제 3인방’으로 비치지나 않을지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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