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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3일(月)
미스터리+국민 분노… 장기미제사건, 영화 단골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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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확인 계기로 본 영화들

- ‘이태원 살인사건’
수차례 재판 용의자 무죄판결
재수사 끝 진범 20년형 확정

- ‘재심’
다방 배달원 10년 복역후 재심
무죄 판결… 진범은 따로 잡혀

- ‘아이들…’
도롱뇽 알 주우러간 개구리소년
11년만에 유골… 아직도 미궁속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다시 주목받으며 긴급편성되고, 각종 시사프로그램이 이 사건을 재조명하는 등 다양한 백태를 보이고 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비롯해 장기미제사건은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수사력을 총동원해도 범인을 검거하지 못할 만큼 미스터리한 사건인 데다 결론을 매듭짓지 못했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하기에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분을 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개봉 후 파장도 크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살인의 추억’은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는 영화 카피로 기억된다. 진범인 줄 알았던 박현규(박해일)가 법망을 피해 유유히 터널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관객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었다. 극 중에서는 당시 국내 기술이 미비해 미국에 DNA 감식을 의뢰했었는데, 약 30년 후 국내 기술로 진범의 DNA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영화로 제작된 후 사건이 해결된 또 다른 장기미제사건은 1997년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 ‘이태원 살인사건’(2009년)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홍기선 감독은 당시 4년 간 자료를 수집하고 4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경찰은 용의자 두 명 중 한 명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수차례 재판 끝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은 그사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재수사 끝에 아서 존 패터슨이 진범으로 밝혀졌고 18년이 지난 2015년 9월 한국으로 송환된 후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다. 참고로 이 영화에서 살해당한 한국인 대학생 역은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송중기가 맡았었다.

2017년 제작된 영화 ‘재심’은 일명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해 용의자로 체포돼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최모 씨는 만기 복역 후 재심을 청구, 2016년 11월 무죄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었다. 이후 진범인 김모 씨가 붙잡혀 징역 15년을 받고 복역 중이다.이 과정에서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중 한 명은 자살하기도 했다.

◇미치도록 잡고 싶지만…

사건 발생 당시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고, 영화 개봉 때도 재차 파문이 일었지만 아직도 미궁 속에 빠져 있는 사건도 있다.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로 다뤄졌던 ‘이형호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의 말미에는 “형호를 위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형호가 죽기를 바라죠. 마지막인 줄 아십시오”라는 실제 범인의 목소리가 삽입돼 파장이 일었다.

1991년 도롱뇽 알을 줍겠다며 집을 나선 초등학생 5명이 동시에 사라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역시 20년 후인 2011년 영화 ‘아이들…’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사건 발생 후 11년 후인 2002년 다섯 소년의 유골이 발견됐고, 당시 공소시효를 4년 남겨뒀지만 결국 범인은 잡지 못했다. ‘아이들…’은 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인물 군상을 통해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을 피력했지만 아직 범인의 단서조차 잡지 못한 영구미제사건으로 분류된다.

이런 영화들은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을 환기하며 경찰의 재수사까지 이끌어낸다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 반면, 유족들에게 다시금 아픔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그놈 목소리’가 상영될 때는, 사건 발생 당시 이 군의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로 이 군을 양육했던 여성이 “영화가 개봉되면서 44일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아픔을 줄 수 있어 ‘아이들…’ 출연을 한 차례 고사했던 배우 류승룡은 “실종 아동 부모님들의 동의를 구했다”며 “공소시효 때문에 이 사건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 차장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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