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연예인의 SNS, 과연 사적 영역일까요?

“기자하기 참 쉽다.” “이 일하고 월급 받어?”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사에 종종 달리는 댓글입니다. 특히 스타들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글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라고 부르기는 애매한)에 이 같은 매서운 질책이 쏟아지곤 하죠.

SNS를 기반으로 한 기사는 환영받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뿐만 아니라 해당 SNS의 주인인 연예인들도 눈총을 받곤 하죠. 네티즌은 말합니다. “우리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SNS는 사적인 공간입니다. 그래서 연예인들도 가감 없는 일상을 올리곤 하죠. 지인들과 맛집을 찾거나, 가족의 모습도 공개합니다. 이 같은 개인사는, 누군가 재단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언론 매체를 거치며 ‘기사’로 포장되면 날 선 비판이 쏟아지죠. 몇몇 연예인은 SNS에 올린 글이나 사진 때문에 구설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편한 공간이라 무심코 내뱉는 말이 부적절한 표현으로 읽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SNS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아니라 ‘사생활 낭비 서비스’의 줄임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또 다른 연예인들은 SNS를 수익 창구의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수십∼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그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죠. 그들이 노출시키는 의상과 액세서리는 ‘완판’(완전판매)되고, 그들이 추천한 맛집은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그러니 거액을 건네며 “입어 달라” “먹어 달라” 부탁하는 광고주들이 적지 않죠. 평소 친분이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하루만 SNS에 노출시켜 주면 500만 원을 지급할 테니 OOO의 매니저를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습니다.

이쯤 되니, 연예인의 SNS를 원래 취지대로 ‘사적 공간’이라 분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웬만한 언론사 못지않은 팔로어를 확보한 스타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엄청난 파급력을 갖죠. 연예인들도 이를 활용해 돈을 법니다.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구혜선은 자신의 SNS를 언론 매체와 대중을 대상으로 한 해명의 창구이자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곤 했죠. 과연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의 SNS 속 콘텐츠 중 기사화될 내용이랑 안 될 내용을 구분 지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해보는데요. 몇몇 연예인은 아예 자신의 SNS에 “기사화되길 원치 않습니다”라고 씁니다. 이처럼 SNS 활동을 사적 영역으로 존중받길 원하는 연예인들은 이 문구를 올리고, 이런 경우 기자들도 함부로 기사화하지 않는 거죠. 이 정도의 암묵적인 합의가 가능하다면, 사생활 낭비 서비스인 SNS의 역기능이 조금은 순화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