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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18일(金)
“제가 소설 펴냈다니까 앨범에 딸린 ‘굿즈’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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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뮤 이찬혁은 소설 쓰기를 수학에 비유했다. 그는 “시 형식의 가사는 여러 차례 써봤지만 소설은 문장을 짜임새 있게 써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웠다. 마치 수학 같았다”고 말했다. YG 제공
■ 3집 앨범·첫 장편소설 동시에… ‘악동뮤지션’ 이찬혁

軍복무중 8개월간 틈틈이 메모
앨범 구상안 토대로 스토리化
예스24 소설부문 2위 오르기도


“소설 썼다고 하니까 앨범에 딸린 ‘굿즈(Goods)’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나름 군대 취침 시간을 쪼개서 쓴 첫 장편입니다. 제게 글쓰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매듀오 악뮤(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군기 센 해병대를 제대하면서 두 가지를 손에 들고 나왔다. 하나는 지난달 말 발표한 3집 ‘항해’,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장편소설 ‘물 만난 물고기’.

남들은 군대 가면 정신도 없고 짬 나면 그냥 쉬기 바쁜데 그때마다 이찬혁은 볼펜과 수첩을 꺼냈다. 틈틈이 떠오르는 영감을 메모해 두고 늦은 밤 자기계발을 위해 주어지는 군대 연등 시간에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에 가서 컴퓨터로 정리했다. 그렇게 제대하기 8개월여 전부터 써 모은 게 이번 소설이다.

“평상시 YG엔터테인먼트 안에서 제 별명이 ‘열정맨’이에요. 하하. 그냥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늘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전하고 싶어서… 지난해 중순부터 3집의 기본안을 구상한 상태에서 그걸 토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소설로 앨범을 설명해 보자는 뜻이었죠. 하지만 독립적으로 보더라도 재미있는 글이 됐으면 했어요.”

빼어난 작곡가이자 아티스트로 발돋움 중인 이찬혁의 소설은 ‘이게 첫 번째 솜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꽤 정교하다. 전체적으론 남자 주인공 선과 여자 주인공 해의 연애소설 형태를 띠고 있으나 그 안에는 예술에 대한 갈증과 성찰이 배어 있다. 선은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는 자아, 검은색 단발의 아름다운 소녀로 묘사된 해는 예술의 이상향을 뜻하는 것 같다.

앨범과 나란히 발표된 소설은 17일 현재 예스24 소설부문 2위, 교보문고 소설부문 4위, 알라딘 문학부문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출판사인 다산북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9쇄에 걸쳐 2만 부가 넘게 판매됐다. ‘항해’의 음원 공개 이후 20일 이상 주요 음원 차트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한 것과 함께 ‘더블 히트’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음원 1위나 소설의 좋은 반응에 대한 기쁨보다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확신을 가지고 만들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주셨을 때의 쾌감이 엄청납니다. 이보다 즐거운 게 없는 것 같아요.”

머릿속에 늘 음표와 압축된 가사를 떠올리던 이찬혁은 군 생활 동안 다양한 책과 접하면서 긴 글의 매력에 빠졌다.

“사실 어릴 때 이후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어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등 군 생활하면서 소설을 많이 보게 됐어요. 많이 읽으니까 쓸 생각도 하게 된 것 같아요. 또 굳이 집필 경험을 말한다면 중1 때 방학과제로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어요. 무지개의 7가지 색깔 속에 사는 요정들의 이야기를 담아 ‘컬러스’라고 했죠. 출판사를 운영했던 아버지가 책으로 만들어 선물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물론 이번 소설에서 미숙한 부분을 느끼지만 지루하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찬혁은 넘치는 재능만큼이나 ‘4차원’이라는 소리도 간혹 듣는다. 사물에 대한 의인화가 많고, “얼룩말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싶다”는 소설 속의 주장처럼 천재적인 번뜩임과 엉뚱함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4차원보다는 저는 그냥 솔직한 것 같아요. 남들은 생각만 하고 굳이 입밖에 내지 않는 걸 말하는 거죠. 천재, 그런 것도 잘 안 믿어요. 저는 음악과 글을 너무 좋아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죠. 쉬고 싶지 않냐고 하는데 음악을 짓고 글을 쓰는 순간이 일종의 탈출구예요. 너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군대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가끔은 ‘혼밥’을 즐기며, 음악과 글에 푹 빠진 아티스트. 소설에서 주인공 선이 하는 말에서 이찬혁의 진심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록스타가 되고 싶은 꿈도 없어요. 저는 단지 음악이란 게 맘에 들고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죠.”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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