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감성’ 되살린 가요, 유튜브 뜨겁게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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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클래식·어게인 가요톱 10
박지윤·H.O.T·이정현 노래 등
당시 인기 가수들도 다시 주목
3040은 물론 1020까지 ‘열광’

1990년대 가요계가 21세기 가요계에 도전장을 냈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똬리를 튼 1990년대 가요 프로그램은 과거 이 노래에 열광했던 30∼40대 뿐만 아니라 그들을 모르는 10∼20대까지 새로운 팬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유튜브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가 현재에 ‘역습’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온라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는 SBS ‘K-팝 클래식’(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1990∼2000년대 사랑받았던 가수들의 전성기 시절을 담은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18만 명이 넘는다. 실시간 스트리밍될 때 동시 접속자 수는 수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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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세해 KBS는 4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매주 월∼금요일 유튜브 채널 ‘어게인 가요톱10’을 통해 ‘연말특집 창고대방출’이라는 제목으로 과거 영상을 내보낸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 방송됐던 ‘가요톱10’ 영상을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스트리밍하며, 오전 1시부터 9시까지 재방송하는 식이다.

이 채널의 인기와 더불어 밀레니엄 가요계를 장식했던 가수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금의 10∼20대들에게는 배우로 더 익숙한 이정현과 걸그룹 샤크라의 멤버였던 려원은 각각 ‘조선의 레이디 가가’와 ‘탑골 제니’라 불린다.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던 당시 이정현, 려원 등의 콘셉트와 비슷한 현재의 가수들과 접목시킨 작명이다. 가수 백지영은 탄탄한 가창력을 기반으로 한 발라드와 댄스 퍼포먼스를 동시에 선보였다는 측면에서 후배 가수 청하에 빗댄 ‘탑골 청하’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근 컴백 앨범을 발표한 백지영은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말 기발한 별명이다. 과거의 감성을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면서도 “그때 내가 춤추던 모습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당기는 것 없이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데, (후배 가수) 청하가 훨씬 디테일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유튜브를 통해 과거 인기를 끌었던 노래와 가수가 다시 주목받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난 것을 반기는 분위기와는 반대로 ‘요즘 들을 노래가 없다는 의미’라는 날 선 시선도 있다. 트로트,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던 ‘가요톱텐’ 등 과거 가요 프로그램이 20%가 넘는 시청률을 구가하던 것과 달리 현재 방송 중인 지상파 3사 가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1%대다. 아이돌 일변도라 TV를 챙겨보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전체 출연진 중 80% 이상이 아이돌 그룹인데, 정작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TV보다는 스마트폰 VOD(주문형 비디오) 등으로 콘텐츠를 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과거 가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것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대중이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수용해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