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나 티 “영화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복제 못할 경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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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21세기 국제영화제 전망’ 포럼

“스마트폰으로 음악듣는 시대
그래도 콘서트장 가지 않는가
영화제도 비슷한 길 걸을 것”

“AI 기술로 언어 자동번역땐
‘애니메이션 붐’ 일어날 것”

“관객마음 움직여야 영화 지속
스토리텔링이 공감 핵심요소”

“문화·오락 혼합 영화제 추구
영화인 협력플랫폼 구축해야”

필름에서 디지털로, 극장 상영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세계 여러 국제영화제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환경의 변화에도 영화는 계속 진화하며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을 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일 강원 강릉시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린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 전망’ 포럼에 키릴 라즐로고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마르틴 테루안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 로나 티 마카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 수장들이 지난 9일 열린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 전망’ 포럼에서 영화와 영화제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강릉국제영화제 제공

21세기의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80년을 준비하기 위해 개최된 이날 포럼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김홍준 강릉국제영화제 예술감독이 진행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세계 유수의 영화제 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와 영화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행사는 전 세계 최초라고 생각된다”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미래 전망과 조언을 함께 나누자”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미디어 환경이 변해도 영화는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루안 위원장은 “음악과 영화가 비슷하다. 20년 전에는 음악을 들으려면 CD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며 “그런데도 전 세계 많은 젊은이가 콘서트에 가서 직접 공연을 보는 것처럼 영화제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다. 영화를 본 후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티 위원장은 “영화제는 관객에게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경험을 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는 영화 제작이 더욱 수월해지고 언어장벽이 없어지며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웡 위원장은 “지금은 한국 영화를 외국 관객에게 보여주려면 자막을 입혀야 하지만 나중에는 선진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돼 언어를 자동 번역해줄 것”이라며 “영화가 지속하려면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영화의 핵심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애니메이션과 가상현실(VR)이 삶의 일부”라며 “애니메이션 붐이 일 것이고, 전 세계 영화인이 함께 모여 영화를 만드는 공동제작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즐로고프 위원장은 “학교에서 강의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공통언어를 찾기 어려운데 ‘왕좌의 게임’ 얘기를 하면 귀를 기울인다”며 “역사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하다. TV 시리즈의 스토리를 각색한 영화가 많이 나올 것이고, 실험적인 영화도 관심을 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영화의 변화에 맞춰 영화제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라즐로고프 위원장은 “영화제는 경험의 축제다. 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고, 문화와 오락을 혼합한 방식의 영화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웡 위원장은 “인기와 예술성의 균형을 맞춰 조화롭게 영화제를 꾸려야 한다”며 “영화제가 할리우드 영화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와 훌륭한 예술 영화를 전 세계인에게 선보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영화인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도 영화제가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홍콩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은 한국에서 하고, 촬영은 인도네시아에서 하며 음악은 일본에서 입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릉=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