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가 된 장르’·‘기성문단 몰락’… 올해 ‘출판계 키워드 30’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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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전문지 ‘기획회의’ 발표
본보 ‘사상의 최전선’도 포함

“장르 문학은 뜨는 해, 기성 문단은 지는 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간행하는 출판 전문잡지 ‘기획회의’ 최근호(사진)가 ‘2019 출판계 키워드 30’을 선정해 발표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첫 번째 키워드로 꼽힌 것은 뜻밖에도 ‘주류가 된 장르’였다. 온라인 장르 비평 공간인 ‘텍스트릿’의 이융희 팀장은 선정 이유에 대해 “장르는 2019년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고 요약했다. 웹소설과 장르적 요소를 버무린 다양한 작품까지 장르 문학이 크게 성장했고, ‘장르문학 산책’(소명출판), ‘비주류 선언’(요다) 등 장르비평서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0여 권이 넘게 출간됐다. ‘비평’이 형성됐다는 것은 그 규모와 질이 갖춰졌다는 걸 말해준다.

왜 장르가 뜰까. 흔히 웹소설과 스마트폰의 등장이라는 외부·기술적 요인설, 순문학이 약해지니 장르가 세졌다는 이분법설 등을 거론한다. 이 팀장은 이에 대해 정치적이며 외부 담론의 분석에 그치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장르의 성공은 문자 그대로, 장르로 사회를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장르’는 1990년대 PC 통신을 바탕으로 아카데미 바깥에서 자생해 탄생한,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바깥에 있던, 자신들을 ‘키치’로 분류하던 자들의 이름이다”라고 규정했다. 당시 장르를 쓰던 사람들이 이제 40대 중후반이 됐고, 독자층도 30∼40대로 올라서 사회에 대한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오피니언 리더와 팬덤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직장인의 애환과 사회구조의 불합리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장르가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4번째 키워드는 장르와 대비되게 ‘기성문단의 몰락’이 선정됐다. 교보문고 올 상반기 집계에서도 소설 분야의 판매가 14.1%나 급락했다.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해냄)을 제외하고는 베스트셀러가 없었고, 조남주의 신작 ‘사하맨션’(민음사)이나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도 예상보다 힘을 받진 못했다.

강양구 기획회의 편집위원은 “확실히 기성문단의 힘이 빠진 듯하다”면서, 하지만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이혁진의 ‘사랑의 이해’(민음사) 등 새로운 작가 및 경향의 등장과 장르소설의 성장은 한국 문학의 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획회의는 이 밖에도 ‘난감한 이웃’인 일본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반일 종족주의’, 386세대에 대한 비판적 논의와 맞물린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된 ‘조쏘공과 불평등 문제’, 다양한 직업인의 에세이인 ‘업세이’의 봇물 등을 키워드로 뽑았다.

한편 문화일보와 이감문해력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 중인 특집시리즈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이 23번째 올해 출판의 키워드로 선정됐다.

기획회의는 “이 특집은 20세기 사상가들을 회고하는 것에서 벗어나 최신의 사상을 박람함으로써 기존 인문학 담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특집은 ‘포스트 휴먼’ 담론을 통해 사물과 기계, 동물과 자연 속에서 공존하는 객체로서의 인간을 사유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