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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14일(木)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은 ‘살인방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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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3만3000명 탈북민 사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아니, 2500만 북한 동포도 함께 분노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사회도 지난 7일 강제 북송(北送)된 북한 어민 2명의 처형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 자유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총탄 세례를 받으며 동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으로 쫓기기를 거듭한 끝에 겨우 자유의 땅으로 찾아왔건만, 정부는 그 탈북 청년들을 가차 없이 북으로 추방했다. 눈에 안대가 씌워지고 심지어 재갈까지 준비된 채로 사형수처럼 판문점으로 실려 간 두 청년은 북한 군인을 보는 순간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북으로 끌려간 그들이 얼마 뒤 사형에 처해지리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심지어 연좌제가 철저한 북한에서 그들의 가족·친척들까지 형틀에 서리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과연 그들의 입으로 “우리가 열여섯 명을 죽였다”고 말했는지 믿기 어렵다. 아마도 그들을 무지막지한 살인자로 매도한 쪽은 북한 당국일 것이다. 겨우 10m가 넘는 17t의 배에 선원 19명이 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북한의 경우, 항구에서 ‘출어증’을 제시한 다음 인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선박이 항구를 벗어날 수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까지 휴대하고 파도를 가르며 남쪽으로 달려온 그들이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이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일부 장관은 그들을 ‘흉악범’이라고 매도하며 ‘번개 북송’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희대의 ‘북한 주민 살인방조죄’로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궁색한 정부는 심지어 탈북민 수용 자격까지 거론하며 추방의 합리화를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대우에 관한 것이지, 북송하고 말고의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억지 논리다. 3만3000명의 탈북민 그 누구도 이른바 ‘살인자’들이 이 땅에서 활개 치며 살게 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최소한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대로 우리 국민의 자격으로 법의 심판대에 세워 사법적 판단을 내려 달라는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품은 그들의 천부적 생명권만은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분노는 더욱 크다. 미국의 인권 감시 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의 빠른(rapid) 북송 조치는 유엔 국제고문방지협약을 어긴(disregards) 것”이라고 추상같이 비판했다. 또, 한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해당 북한 선원 2명을 ‘학대 가능성(likely abuse)’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심히 우려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이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사법체계는 극도로 잔인하며(extremely brutal), 이들 선원 2명이 고문을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들을 돌려보낸 것은 국제법상 불법(illegal)”이라며 “한국은 두 사람에 대한 혐의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들이 북송되는 것에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의 ‘문자 메시지 보고’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이 사건이 알려진 만큼, 근래 동·서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선박과 선원들이 국민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채 강제 북송된 사례가 또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 보게 된다. 현 정부가 평양의 눈치를 너무 살피기 때문이다. 3만3000명 탈북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는 날, 어느 정부 어느 지도자가 자유를 찾아오는 북한 주민들을 처형하도록 살인방조자 노릇을 했는지 양식 있는 국민이 나서서 밝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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