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사 왜곡 ‘백년전쟁’ 두둔한 大法院의 위험한 좌경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특정 성향의 대법관들이 대거 충원된 데 따른 ‘코드 판결’이 현실화하고 있다. 소신에 따른 병역거부, 박근혜·이재용·최순실 사건 파기환송 등에서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른 판결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21일의 이른바 ‘백년전쟁’을 두둔한 결정에선 경향성이 선명하다. 대법원 전원재판부는 해당 영상물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타당하다는 원심 판결에 대해, 7(파기) 대 6(인용)으로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방통위와 1·2심 재판부는 모두 명백한 사실 왜곡과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2012년 제작된 ‘백년전쟁’은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 일색이다. 이 전 대통령은 ‘A급 민족반역자’ 등으로 평가했고, 독립운동 자금을 횡령한 재테크, 무혐의로 결론난 불륜설 등도 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뱀 같은 인간’이라며 그의 사진과 뱀 사진을 나란히 편집한 장면도 내보냈다. 박 전 대통령의 수출 주도형 경제전략도 ‘미국 요구’에 따른 것으로 둔갑시켰다. 시민방송 RTV는 이런 프로그램을 2013년 위성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55차례 방송했다. 당시 방통위는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사례와 평가만 넣어 사실을 왜곡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며 제재했고, 1·2심도 제재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돼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들 중 6명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민변,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다. 반면 조희대 대법관 등 6명은 “방송을 한 번이라도 시청했다면 역사적 평가와 무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역사적 인물을 모욕·조롱해도 ‘역사 다큐’ 형식만 취하면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좌파 단체가 그런 영상물을 만들어도, 대법원은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에 입각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좌경화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음을 상징한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어느 판사는 “재판은 곧 정치”라고 했다. 최고법원 좌경화는 법치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천만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