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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美로 넘어가 英 심기 불편
규칙 시빗거리마다 늘 딴지 걸어
골프 역사에서 대결과 승부는 선수만의 이슈가 아니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대립은 50여 년에 걸친 투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두 협회의 오랜 반목은 영국 측이 미국협회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영국은 1754년 세인트앤드루스 골프협회(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를 발족시켰고 1834년 국왕 윌리엄 4세로부터 영국왕실골프협회로 승인받았다.
미국은 영국보다 140년이 지난 1894년에 USGA를 결성했다. 19세기 말부터 골프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갔고 영국은 심기가 불편했다. 영국은 골프규칙에 관한 시빗거리가 생기면 이를 놓치지 않고 딴지를 걸었다. USGA가 ‘파’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영국에 이를 동조해 달라고 했지만, 영국은 반대했다. 영국에서는 파의 의미가 보기였고, 오래전부터 이를 관례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1901년에는 미국에서 퍼터 헤드 가운데에 샤프트를 끼워 넣은 ‘스키넥터디 퍼터’가 발명돼 USGA가 대회에서 사용해도 좋다고 허가했다. 하지만 영국은 오랫동안 이 퍼터를 금지했다.
선수들은 미국에서는 이 퍼터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영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혼란에 빠졌다.
두 협회의 줄다리기 결정판은 ‘스타이미(Stymie)’에 관한 규정이었다.
스타이미란 좌절, 방해라는 뜻으로 ‘업스트럭션(Obstruction)’으로도 불리는 아주 오래된 병폐 같은 규칙이었다. 이 규칙은 사실 언제 생겼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골퍼들에겐 시급하게 폐지해야 할 규칙이었던 것. 이 룰은 매치플레이에서 그린 위에 공을 올려놓고 퍼팅할 경우 가장 빈번히 발생했다. 지금이라면 그린에 올라간 공을 마크해 놓고 상대의 공이 그린 주위에 없는 상태에서 홀에서 먼 곳부터 퍼팅한다. 하지만 스타이미 룰이 적용되던 시절에는 마크라는 개념이 없었다. 공이 있는 상태에서 마크를 허용하지 않았다.
만약 다른 공이 홀과 다른 곳에 있다면 퍼팅에 그다지 방해받지 않고 이를 감수한 채 퍼팅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 공 앞에 상대의 공이 홀과 같은 선상에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대의 공을 그대로 둔 채 퍼팅해야만 했다. 슬라이스나 훅을 내면서 상대의 공을 피해 홀에 넣어야 했던 것.
드라이버나 아이언샷도 아닌 1m 퍼팅에서 슬라이스나 훅을 내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예전 골퍼들은 스타이미 룰을 따라야 했다. 그래서 대부분 퍼터로 공을 마치 칩샷처럼 띄우면서 상대방 공을 넘겨서 홀에 집어넣는 곡예 같은 퍼팅을 하곤 했다. 오래전 그려 놓은 골프 그림 중 이 같은 상황을 묘사한 것이 많이 존재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말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이 수백 년 지속해 오자 USGA가 먼저 룰을 바꾸려고 했다. 1920년 USGA는 1년간 제한적으로 뒤쪽의 선수가 앞에 있는 공을 맞혀 홀에 들어갈 경우 ‘컨시드’를 주기로 했다. 1938년에는 2년간 상대의 공이 홀에서 15㎝ 이내에 있다면 ‘마크’를 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1941년 미국은 이 스타이미 룰을 완전히 폐지했다. 그런데 R&A는 미국이 룰을 변경하는 행태를 비판했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10여 년을 스타이미 룰에 대한 아무런 제재 없이 대회를 치르곤 했다. 그러다가 1952년에 가서야 두 협회는 이 규정을 영구 폐지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됐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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