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낡은 수레바퀴’에 낀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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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20대 국회 마지막 정례회가 종료됐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0대 국회엔 총 2만3473건의 의안이 접수됐고, 이 중 미처리된 것만 1만6284건이다. 무려 70%에 달하는 의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불통 국회라 불리는 이유는 여당과 야당이 대치와 거래를 반복하며 국민이 위임한 가장 엄중한 권한인 ‘민생 입법’을 함부로 다뤘기 때문이다. 국가 주요 정책 현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그 대가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된다.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도로교통법(민식이법 등)의 국회 상정이 좌절된 날 한 시민이 연락해 왔다. 법률로 안 된다면 서울시의회 조례로라도 보완할 수 없느냐는 하소연을 오랫동안 들어야 했다. 하지만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하면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조례나 규칙으로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을 위한 것이어도 그렇다. 왜 관련 조례를 만들 수 없는지 설명하면서 한없는 초라함을 느꼈다.

지방자치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주자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우리 지역에 어떤 기반의 시설이 필요한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사업과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의 주체를 국가에서 지방으로 옮겨오자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진정한 개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각 지역의 다양한 발전 경험이 쌓여 상생의 동력이 되면 결국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지방자치’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방자치제도는 헌정사에서 뼈아프게 중단됐다가 1991년 부활한 이래 30년이 다 돼 가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일방적으로 위임·하달된 국가의 사무를 수행하기 급급하다. 자체적으로 사무를 수행하거나 사업을 벌일 재원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의회는 더 열악해서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을 위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3월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를 7개월이나 계류시켰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소위에 가까스로 상정했으나 본격적인 심사 없이 정부 의견만 듣는 데 그쳤다. 결국, 30년 만에 제출된 법률안이 낡은 서랍 속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지방자치는 다시 30년 전의 낡은 수레바퀴에 끼어 내년에 구성될 21대 국회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가 불통이면 국정은 마비된다. 모든 민생 현안이 국회에만 집중되고 국회에서 풀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언제까지 겪어야 하는가? 국회는 지금이라도 산적한 민생 법안을 심사하라. 나아가 지방자치법도 조속히 심사해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