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五賊’ 쳐낼 공천혁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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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장

16∼20대 총선 평균 48%가 초선
교체 비율 높지만 정치는 퇴행
물갈이 뒤에 ‘내 편’ 공천한 탓

‘조국 홍위병’ 역할 자임한 세력
국회 권능 위축 자초한 의원들
싹 바꿀 각오해야 국가도 회생

지난 2000년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제16∼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초선 의원 평균 비율은 48.3%다. 총선마다 국회의원 절반가량이 새 인물로 충원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쫓아내듯 국회와 국회의원 수준은 대(代)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악화하고 퇴보했다. 지금 형국이라면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난장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고,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시작되면서 썩은 물고기뿐 아니라 오염된 물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물갈이’, 상한 국은 건더기와 국물도 함께 버려야 한다는 ‘국갈이’ 등 쇄신론이 또 들끓고 있다. 그러나 문화일보가 16∼20대 총선 당선인 1471명 전원에 대해 당선 당시 직업을 분석한 결과, 76.3%(1123명)가 정치인이었다. 판갈이, 물갈이, 국갈이 등 뭐든 해봤자,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정치권 인사들이 얼굴만 바꿔 돌려막기 식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매번 대규모 인적 쇄신이 있었지만, 불량 국회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질 나쁜 의원들을 한꺼번에 왕창 도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 당 공천 작업은 ‘개인’ 중심의 자격 심사 위주로 진행됐다. 많은 저질 의원 중에 더 나쁜 일부만 솎아내는 ‘핀셋’ 방식이었다. 그렇다 보니 계파 공천, 보은 공천, 측근 챙기기, 보복 공천 등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국회 오염도는 더 높아졌다. 제대로 된 진짜 물갈이를 하려면 공천 심사가 ‘유형’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회에서 추방해야 할 악습과 구태 유형을 정한 뒤 그런 정치를 한 의원은 예외 없이 몰아내는 것이다.

우선, 대의민주주의를 저버리고 거리 정치를 택한 의원들이다. 지난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나라가 두 쪽 났을 때, 집권 세력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친여 인사들은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는 서초동 거리 집회에 참가해 홍위병 역할을 했다.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민란” “검찰 수사는 위헌적 쿠데타” “촛불 시즌 2” 등 광장 정치를 찬양하며 법치를 위협하는 발언을 한 의원들은 국회 추방 1호 그룹이다. 차기 대권 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당시 “자기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후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내 편’ ‘네 편’으로 나눠 진영 싸움만 벌이는 의원들이다. 이들은 피아(彼我) 프레임을 짠 뒤 어느 한쪽이 없어서는 안 되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권력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올 일 년 내내 사실상 국회를 마비시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지난 2월 당 대표 선출 이후 삭발, 단식, 장외 투쟁에 몰두하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쪽 잘못이 컸는지 따질 필요 없이 두 쪽 모두 갈아야 국회에서 통합과 화합의 DNA가 살아날 수 있다.

셋째, 국회 규범과 관행을 무시하는 꼼수 의원들이다. 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선다고 하자, 쪼개기 임시국회로 맞서겠다는 민주당 의원이나, 이에 맞서 수천 건의 무더기 수정안을 발의하겠다는 한국당 의원도 같은 사람들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손학규계·정의당·평화민주당·대안신당 등이 ‘4+1’이란 임의기구를 만들어 선거법 개정을 협상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주무른 것은 위법적 꼼수다. 넷째, 외유성 해외출장과 허위·부실 연구보고서 등을 만들어 혈세를 훔친 비위·부패 의원들이다. 그리고 다섯째, 막말과 추태로 국회 품격을 떨어뜨린 몰염치 의원들이다. 신당 창당 작업을 하면서 원내대표 자리를 내놓지 않는 오신환 의원과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대표직을 유지하는 손학규 대표의 바른미래당은 정당 전체가 해당된다.

20대 국회 임기는 내년 5월 29일까지이지만, 이미 저무는 모습을 보며 조선 시대 사색당파 망령을 떠올리게 된다. 나라야 망하든 말든 당리당략에 빠져 기득권 싸움만 벌이기 때문이다. 국가 몰락과 국민적 비극을 막기 위해 21대 총선 공천에선 5가지 유형, 즉 ‘오적(五賊)’부터 제거해야 한다. 전원이 해당될지 모른다. 모두 바꾼다는 각오라도 해야 국회도 살고 나라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