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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08일(水)
어느날 꽂혔다… 공감을 이끌어낸 ‘뜻밖의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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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스테인리스스틸에 크롬도금 및 우레탄 도장, 90×40×70㎝, 2019. 작가의 초등학교 시절 영웅 ‘아톰’과 대학에 다니며 만난 ‘서산마애삼존불(국보 84호)’의 넉넉한 미소가 결합해 탄생한 조형물이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사비나미술관 신년특별기획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展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에게 영감의 원천은 사랑하는 그의 아내 벨라 로젠펠드(1895~1944)였다. 그의 작품에 유난히 많은, 연인들이 하늘을 나는 그림도 대부분 아내와의 행복한 추억을 담은 것이다. 벨라가 1944년 바이러스 감염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샤갈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평생토록 그녀는 나의 그림이었습니다.”

▲  이세현, Between Red - 018SEP02, 리넨 위 유채, 200×200㎝, 2018.
작가에게 그것도 화가에게 영감이란 어떤 것일까. 은평구 진관동의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신년특별기획전으로 작가의 영감을 주제로 한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serendipity)’전을 4월 25일까지 연다. 전시에서는 모두 21명의 작가가 창작에 영감을 주는 최초의 이미지를 발견한 생생한 순간을 공개하고 그 특별한 발견을 실행으로 옮겨 창작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실제 영화필름을 갖고 필름 속 이미지들을 편집, 조합해 서사적 조형물들을 창조해내는 김범수 작가의 작품은 1996년 미국 뉴욕 유학 시절, 벼룩시장에서 출발했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출연한 코카콜라 광고 상업용 영화필름을 우연히 발견한 후 이를 작업실에서 다시 보며 그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 수많은 필름들이 작가의 편집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조형물로 재탄생됐다.

▲  김범수 작가가 ‘영화 필름’에서 받은 창작의 영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커다란 발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연작의 인물 조각상으로 유명한 김성복 성신여대 조소과 교수는 예술가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렸을 때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아톰과 백제불상의 이미지를 결합한 인물상을 창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에게는 두 번의 세렌디피티적 만남이 있었다. 어원이 쪼개지지 않는 단단한 원자(atom)에서 비롯된 아톰은 초등학교 시절 만화 영화 속 영웅이었고, 넉넉한 ‘백제인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국보 84호)은 대학 시절 조각을 전공하며 만났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고난과 역경 속에 있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붉은 산수 작가’로 알려진 이세현 작가의 영감은 1989년 비무장지대(DMZ) 근무 시절 사용한 야간투시경에서 시작됐다. 야간투시경을 통해 바라본 DMZ 풍경은 녹색 한 가지로만 물든 신비하고도 낯선 풍경이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이처럼 강렬한 신비와 공포의 양가적 감정이 투영돼 붉은 산수 연작이 탄생했다.

풍경 속 소외된 장면에 주목하는 홍순명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의 세렌디피티적 발견은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읽었던 하이젠베르크의 저서 ‘부분과 전체’에 크게 빚지고 있다. 중심이 있으려면 주변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철학이 10여 년의 작업 구상을 거쳐 2004년 전 세계 주요 언론 보도 이미지를 재편집해 주변 이미지를 강조해 보여주는 사이드 스케이프(side scape) 연작으로 나타났다. 그의 연작은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정상들보다 그 너머 정상의 만남 이슈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정원의 작은 나무에 주목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시에는 강운, 김승영, 남경민, 베른트 할프헤르(Bernd Halbherr), 성동훈, 손봉채, 양대원, 유근택, 유현미, Mr. Serendipitous(윤진섭), 이길래, 이명호, 이세현, 주도양, 최현주, 한기창, 함명수, 황인기 작가 등이 참여했다. 윤진섭 작가는 ‘단색화’ 평론가로 유명한 미술이론가 겸 작가다.

이명옥 관장은 “전시는 21명의 작가가 창작에 영감을 주는 최초의 이미지를 어디에서 찾아냈고, 그런 뜻밖의 발견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됐는지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기획됐다”며 “그처럼 ‘뜻밖의 발견’을 창조물로 변형시킨 76점의 작품들은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는 물론 일반 관객에게도 미학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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