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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0일(金)
“제2의 법조인생 출발점서 홀인원!… 변호사 생활 술술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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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천 변호사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세한 법무법인 집무실에서 홀인원 패를 안은 채 미소를 짓고 있다.
- 송영천 세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25년 판사 마치고 개업 1주일전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공 치자
필리핀 여행서 생애 유일 홀인원
이후 수임·승소 많아 덕본 듯

18홀 돌며 18번 희망 품는 운동
스코어 집착보다 명랑골프 즐겨
구력 30여년에 베스트 84타 그쳐
가수 송대관이 준 퍼터 15년간 써


송영천(63) 세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제2의 인생’ 출발점에서 홀인원의 행운을 안은 짜릿한 기억이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세한 법무법인 집무실에서 송 변호사를 만났다. 송 변호사는 “1987년 골프를 시작했지만 골프에 관한 한 변변한 얘깃거리가 없다”며 “골프 구력 30년을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홀인원 얘기를 꺼냈다.

11년 전이던 2009년 2월. 25년간 판사로 재직한 뒤 변호사 개업 준비를 마쳤을 무렵이다. 머리를 식히려 해외여행을 갔다가 생애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다. 친구들이 판사 생활 끝났으니 이젠 눈치 보지 말고 골프나 마음껏 치라면서 필리핀으로의 여행을 제안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던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클라크로 떠났다. 첫 라운드 장소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미모사 골프장이었다. 2월 22일이었다. 변호사 사무실 개업 1주일 전이었다. 그는 8번 홀(파3)에서 친 공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친구들이 “홀인원을 했으니 변호사 생활은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축하했다. 현지 골프장 직원 8명이 기다렸다는 듯, 카트를 몰고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넸고 팁을 받아갔다. 홀인원 후 정말로 일이 잘 풀렸다. 사건 수임도 많아져 수입이 좋았고 무엇보다 승소율이 높았다. 그는 “홀인원 효과인지는 모르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사시 23회(사법연수원 13기) 출신. 1983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1994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98년 광주지법 해남지원장,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다 2012년 법무법인 새빛 대표변호사를 지냈고 2013년부터 지금의 법무법인 세한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송 변호사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1987년 1월, 30세 되던 해였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로 근무할 때 선배 판사가 “이번 주말에 골프장에 나갈 테니 연습하라”고 지시해 연습장으로 달려가 채를 처음 잡았다. 금요일까지 딱 5일 연습하고 토요일 오후 필드로 나갔다. 당시 전남지역에 정규 코스는 옥과CC(현 광주CC)가 유일했다. 인근에 여천 화학단지 내 6홀, 광주 비행장에 9홀짜리 코스가 있었을 뿐. 처음 골프장에 나갔던 1월의 골프장 잔디는 온통 누렇게 변해 있었다. 초록빛을 상상했지만 당시의 골프장은 추웠다. 기본기조차 갖추지 않았으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몇 타를 쳤는지, 18홀을 어떻게 마쳤는지 몰랐을 정도. 한동안 연습장을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골프 칠 줄 안다는 소문이 나 여기저기서 그를 초청했다. 그는 “골프장에 다녀오는 게 일상이 됐다”면서 “오랫동안 골프를 쳤으면서도 기량을 내세울 형편은 못 된다”고 말했다.

중학교 동창 모임이 있던 안성 윈체스터CC에서 첫 이글을 잡을 당시 홀인원까지 할 뻔했다. 파 4홀에서 드라이버를 친 뒤 120m를 남겼다. 8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 캐디의 조언에 따라 왼쪽을 향해 쳤는데 홀로 들어가 이글을 작성했다. 30여 분 후 맞닥트린 파 3홀에서도 그린 왼쪽 경사면을 보고 쳤는데, 거짓말처럼 홀로 향했다. 그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쉽게도 공이 홀 앞에서 멈추는 바람에 하루에 이글-홀인원 동시작성을 놓쳤다. 하지만 그때 상황을 떠올리면 여전히 흥분된다.

송 변호사의 베스트 스코어는 84타. 1991년 인천지법에서 근무할 때 인천국제CC에서 기록했다. 당시 여름이면 새벽 라운드를 마치고 출근했다. 새벽 골프를 많이 치니 골프화가 이슬에 늘 젖어 1년도 못 가 교체했다. 그는 “잘 치고 싶었지만, 딱히 잘 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면서도 “골프만큼은 집착이 적었기에 늘 명랑 골프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골프장에 가면 재미있었다. 그는 “골프는 18홀을 도니 적어도 18번 ‘이번 홀은 잘 칠 것 같다’는 희망을 주는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송 변호사는 요즘 새로운 내기 방식을 즐긴다고 귀띔했다. 2명이 팀을 짠 ‘독박게임’. 골프비용은 물론 저녁 술값까지 진 팀에서 모두 책임지기에 지면 거액을 내야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이기면 그만큼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이 게임은 홀마다 둘의 타수를 곱해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무승부가 없어 좋다. 물론 격의 없이 친한 선후배끼리 게임을 즐긴다. 이 게임은 진지하고, 승부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부담감 등 의외의 변수가 많아 늘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낀다.

송 변호사는 10개가 넘는 골프모임 중 몇몇 모임에는 반드시 참가한다. 모임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연회비를 모두 선납 받고, 불참해도 회비를 돌려주지 않는 모임인데 문전성시를 이룬다. 얼굴을 보자는 취지를 살리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변호사 생활 10년 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주중 골프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 판사 시절엔 주말에만 나갈 수 있었다. 송 변호사는 예전처럼 골프에 있어선 큰 욕심이 없다. 아이언은 10년 전 것을 쓰고 있고, ‘집안사람’인 가수 송대관이 선물로 준 퍼터를 15년째 쓰고 있다.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mail 최명식 기자 / 체육부 / 부장 최명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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