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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주필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13일(月)
6·25전쟁 70년에 ‘정치 내전’ 재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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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자유민주共 vs 촛불민중共
4·15 총선은 국가 정체성 전쟁
무자비한 檢 인사는 선전포고

汎與세력 승리하면 ‘좌파 개헌’
촛불혁명 화룡점정 찍게 될 것
野 이기면 ‘정권 탄핵’ 출발점


6·25 발발 70년인 올해 벽두부터 정국은 상생 경쟁의 ‘정치’가 아니라 사생결단의 ‘전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8일의 무자비한 검찰 인사는 선전포고와 개전 총성이다. 얽히고설킨 다음의 세 측면만 봐도 현재 진행 중인 충돌과 분열은 1948년 이후의 수많은 정치 갈등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첫째, 국가 정체성이 걸려 있다. 헌정사의 굴곡에는 여야 집권 경쟁을 넘어 독재와 반독재, 반공과 반미, 산업화와 민주화, 흡수통일과 연방통일 등 다양한 단층선이 존재했고, 4·19와 5·16, 10·26과 5·18 같은 격변도 있었다. 그렇지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국가적 신념은 흔들린 적이 없다. 낙동강까지 몰렸던 1950년에도,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살던 1970년대 초반까지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50대인 386세대가 각 분야를 주도하고, 1980년대 반미와 주체사상에 기울었던 운동권 인사들이 정치권력을 행사하면서 기존 질서와 가치관을 뒤엎기 시작했다.

둘째, 사상 처음으로 집권세력이 그런 변혁을 주도한다. 과거에도 민중민주·인민민주 주장이 있었지만, 인혁당·남민전·통진당처럼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1987년 민주화운동 시기에도 제헌의회·민중의회 요구가 거셌다. 그러나 절대다수 국민은 물론 ‘양김’과 재야 세력도 자유민주주의를 강화한 현행 헌법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은 권력 핵심이 ‘자유’ 삭제에 앞장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강조하고, 2018년 3월엔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다. 당시 ‘자유’를 삭제하려 했다가 의석 부족 탓에 일단 접었지만, 한국사 교과서에는 그런 취지를 반영했다.

셋째, 자녀 세대를 위한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고, 남에게 기대는 것을 부끄러워하던 위대한 국민정신이 위기에 처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포함해 어느 정권도 미래 세대에 덤터기 씌울 일을 무분별하게 추구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현금 살포와 적자국채 발행을 개의치 않고, 포퓰리즘은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자립심이 의존증으로 바뀌면, 10년 안에 베네수엘라처럼 되고, 1세기 동안 재기도 힘들다.

4·15 총선은 이런 근원적 가치관 차이를 둘러싼 건곤일척의 ‘정치적 내전’이 될 수밖에 없다. 범여(汎與) 세력이 승리하면 ‘촛불혁명’의 화룡점정인 좌파적 개헌을 노릴 수 있지만, 패배 땐 정권 탄핵의 서막이 열린다. 집권세력은 배수진을 쳤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애벌레가 나비로 바뀌는 확실한 변화’를 내걸었고, 여권 인사들의 용어와 논리도 “사회적 패권 교체” “내 명을 거역” “최후의 발악” 등 전투적·적대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모든 작용엔 반작용이 있는데,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라는 뉴턴의 운동법칙은 물리학을 넘어 정치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반발도 비례해 커간다.

총선 패배는 정권의 끝장이라는 각오로 집권세력은 화력을 소진할 때까지 퍼부을 것이다. 위헌·불법의 금선(禁線)은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과정에서 이미 짓밟고 넘었다. 최대한 많은 현금이 유권자 손에 전달될 수 있도록 1분기 재정 집행을 극대화한다. 유사시엔 반미·반일도 불사할 것이고, 김정은 답방 카드도 살아 있다. 관변 언론과 여론조사를 활용하면 민의 조작도 가능하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처럼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나머지 절반의 지지만 모으면 이길 수 있다. 야권 지리멸렬을 보면 비현실적 전략은 아니다.

총선 전쟁의 첫 격전은 정권과 검찰의 대결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쓰러뜨리거나 검찰 조직의 항복을 받기 위해 무지막지한 일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권력 핵심의 자신감과 두려움이 뒤엉켜 더 비이성적 조치도 자행할 수 있다. 1차 불법을 덮기 위해 2차 불법을 동원하는 악순환이다. 송철호, 유재수 등의 정점에 누가 있을지 보통사람도 다 안다. 이미 조국 사퇴와 정경심 구속으로 1차 방어선이 무너졌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마지노선을 사수해야 한다. 정권이 이길지,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순 없을 것이다.

6·25전쟁 당시 인민군 진입 이전에 남한 내부의 자생적 인민위원회가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북한 체제’가 무혈 입성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70년 만에 벌어지는 자유민주공화국과 촛불민중공화국의 결전이 어떤 후폭풍을 부를지 상상하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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