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선 뚫린 우한폐렴… 전세계 ‘제2 사스’ 경고음 커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유럽도 비상 21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긴급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AP연합뉴스

태평양까지 건넜다… 떨고 있는 지구촌

의료진·가족간 감염을 넘어
지역사회 전면 확산 가능성
中 짧은기간 환자 급속 증가
슈퍼 유포자 차단이 급선무
美는 검역공항 5개로 늘려

중국에서 최근 4~5일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우한(武漢) 폐렴’ 환자가 수백 명으로 급증하면서 2002~2003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유사한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의료진과 가족 간 감염인 ‘제3 단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로 전면 확산하는 제4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의료진 14명을 감염시킨 환자의 출현으로 인해 바이러스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슈퍼 유포자’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1차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호주에 이어 미국 대륙으로까지 전염 루트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홍콩 밍바오(明報) 등에 따르면, 전염병학 최고 권위자로 인정을 받고 있는 홍콩대 미생물학과 위안궈융(袁國勇) 교수는 “초기 우한 지역 화난(華南) 수산물시장 주변 상인에게서 나타났던 집단 폐렴이 주변 지역으로 번진 뒤 세 번째 단계인 가정과 의료진 전염 상황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날 중국내 확진환자는 하루만에 219명에서 440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를 놓고 중국 당국의 우려대로 추가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더이상 은폐를 할 수 없어 진실을 공개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중국 보건 당국이 전염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데다 초기 우한 지역에 대한 방역 조치 미흡으로 짧은 시기에 환자가 급속히 증가했다는 측면에서 사스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사람 간 전염이 시작됐고, 바이러스 변이로 전파 속도도 더 빨라지면서 ‘지역사회 대규모 발병(大爆發)’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우한 폐렴이 이미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진입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최근 우한 폐렴이 이미 중국 내 20여 개 도시로 확산했으며, 중국 내 감염자가 1343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1명의 강력한 환자가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감염시키는 ‘슈퍼 유포자’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한 폐렴 환자 1명이 의료진 14명을 감염시켜 이 중 1명은 위중한 상태에 이르렀다. 사스 대응에 참여했던 중국의 원로 과학자 중난산(鐘南山)은 “우한 폐렴 확산 저지의 핵심 관건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가진 채 대규모 인파와 접촉하는 ‘슈퍼 유포자’의 출현을 막는 것”이라며 “환자들이 우한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사스 사태 당시 슈퍼 전파자는 ‘독왕(毒王)’으로 불렸는데 1명이 1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은 검역 공항을 3개에서 5개로 늘리고 ‘진입 차단 장벽’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