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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23일(木)
北, ICBM 등 ‘대형도발’ 저울질…美, ‘공격적 정책’ 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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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전망 - ⑥ 북핵과 한반도

美 당분간 제재·협상·경고 삼각전략… 北 도발 강행땐 ‘半영구적 제재’ 압박 나설듯
北 핵포기 않겠지만 시대착오적 체제 변화 가능성도… 文, 평화 환상 벗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20 신년사’를 끝내 발표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수개월 동안 ‘연말 시한’ 운운하며 허세를 부렸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말로 시한을 넘겼다. 관심을 끌었던 ‘새로운 길’은 절박한 현실을 인정한 ‘자력갱생’과 북한 인민을 향한 ‘정면돌파’였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의외의 한 방을 맞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핵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고 이제는 돌이키기 어렵게 됐다.

◇김정은이 봉착한 상황

김 위원장은 2017년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후 2018년 세계 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이 입증되면 통 큰 협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1970년대 중국처럼 핵을 가진 채 외교 고립에서 탈피하고 경제 발전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다. 싱가포르에서의 1차 미·북 정상회담 때까지만 해도 이 같은 기대는 현실이 되어가는 듯했다. 미국에 대항하며 30년 이상 핵 개발에 매진한 북한의 집요함이 나름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이 아니다. 러시아도, 인도도 아니다. 영토, 인구, 경제력, 기술력 어느 것 하나 대국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노 딜’로 김 위원장은 핵 개발 성공에도 불구하고 암담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 대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5개만 없던 일로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미국이 들어주지 않았다. 수출뿐 아니라 합작투자, 국제 금융 거래, 노동자 해외 파견, 석유 수입 등이 가혹할 정도로 제약받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든 버텨야 하지만 중국이 밀무역이든 노동자 체류든 관광이든 특별한 시혜를 끊어버리면 견디기 힘들어진다. ‘미국은 틀어막고 중국은 뒷문으로 좀 풀어주는’ 견고한 구도가 덧씌워져 있다.

◇안갯속 비핵화 해법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하면 지금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그에게는 옵션이 아닌 듯하다. 주된 이유는 정권 보존의 보검이자 주체의 상징인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지극히 큰일인데 그만큼 큰 보상은 현 국제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 등을 보상으로 거론하지만 김 위원장에게는 부족하거나 불확실하다. 우선 세습 독재체제의 안전을 수십 년 보장해 줄 방법이 묘연하다. 미국 대통령은 몇 년 후면 바뀌고 미국 의회가 문서로 확인해 줘도 결국에는 종이에 불과하다. 평화협정도 마찬가지다. 경제 협력과 지원도 핵을 가진 채라면 몰라도 강한 무력 없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진행되면 북 체제의 근간이 흔들린다.

김 위원장이 지금 현실적으로 바랄 수 있는 시나리오는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하노이 노 딜’에서 봤듯이 더는 미국에 잘 안 먹히게 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몰 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핵이 완전히 동결된다면 비핵화 중간단계로서 의미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은닉시설에 대한 신고와 검증을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러면 핵 동결은 불가능하다.

◇北의 도발 가능성과 美의 대응

북한은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로 인민을 다그치는 것 외에 두 가지 위험한 도박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형 ICBM 시험 등 대형 도발로 미국의 계산법을 바꾸려 시도하는 것이다. 드디어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전략무기를 완성했다고 선전하겠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국의 더 강한 제재 압박에 반(半)영구적으로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은 불량국가 중 미국 본토 공격 역량을 갖춘 첫 번째 나라를 어떻게 다루는지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더구나 대북 군사·경제적 압박은 미국의 라이벌로 부상한 중국의 외교·안보 환경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부수효과를 갖고 있다. 이런 계산은 민주당에서 미국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의 도박은 경제 파탄을 면하기 위해 중동에 핵 기술을 파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핵 전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실수였는지 모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경보를 울린 셈이다. 마침 이란은 지난 5일 ‘이란핵합의(JCPOA)’ 파기를 선언했다. 북·이란의 핵 협력은 ICBM 시험보다도 더 위험한 선택으로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은 당분간 북한이 큰 도발을 하기 전까지는 제재·협상·경고의 삼각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올 연말 대선이 끝난 후 북핵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2021∼2024년 임기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북핵 문제 ‘관리’를 넘어 ‘해결’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태로 가면 2024년 북한의 핵탄두는 약 100개에 이르고 ICBM뿐 아니라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까지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북한이 실험을 안 하고 있으니 미국 안보에 큰 문제 없다’는 식으로 세월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대선 후 북한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평화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퇴로도, 전도도 잘 보이지 않는 김 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한반도 상황은 유동적이고 위험하다. 몇 가지 현실적이고 전망적인 가정을 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수령 독재체제는 금방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핵 생산과 미사일 고도화, 그리고 인권 유린이 계속된다. 둘째, 핵 협상에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은 북한을 계속 제재하며 정식 핵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이어지며, 시대 역행적인 북한체제는 언젠가는 체제 변화 또는 전환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전망 위에서 문재인 정부는 다음 네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비핵화도, 평화도, 통일도 장기적 목표라는 인식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포옹 한번 했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질 수는 없다. 2020년은 비핵화와 평화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둘째, 대북 기본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북한과 사안에 따라 교류·협력·지원 등이 필요하겠지만, 모든 유엔 회원국이 준수하는 안보리 제재의 틀 안에서, 성숙한 자유민주 국가답게 품위와 합리성을 갖추며 추진해야 한다. 특히 문명 세계가 심각하게 여기는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옳다. 통일은 김정은과 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2500만 명의 북한 주민과 하는 것이다. 셋째, 안보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 안보 태세에 구멍을 낸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폐지하고 군대가 유능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한·미 동맹 유지와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엄중한 동북아 지정학 아래에서 세계 최강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주권적 존엄을 지키는 효과적 방법이라는 현실감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세줄 요약

북한의 선택 :‘자력갱생’과 ‘정면돌파’ 외에 두 가지 도박을 저울질할 가능성. 하나는 신형 ICBM 시험발사 등 대형 도발로 미국의 계산법을 바꾸는 것, 다른 하나는 중동에 핵 기술을 파는 것.

미국의 대응 : 김정은의 대형 도발 시 미국은 ‘반(半)영구적 제재’ 압박으로 맞설 것. 특히 미국은 올 연말 대선 후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핵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며 공격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 있음.

전망적 가정과 과제 :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미·중 경쟁 계속되는 가운데 시대착오적 체제 변화 계기 맞을 수도. 한국은 평화의 환상에서 벗어나 한·미 동맹과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함.


■ 용어 설명

‘1차 미·북 정상회담’이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양국 간의 사상 첫 정상회담을 이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 안전 보장을 약속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함.

‘하노이 노 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미·북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 교환’을 내용으로 한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회담이 성과 없이 깨진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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