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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29일(水)
“자사고 일괄폐지는 ‘평등’이 뭔지 생각도 안해본 무식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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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전신인 자립형사립고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일 경기 하남시 자택 앞을 산택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사고 일괄 폐지는) 사립학교를 평준화 틀 속에 넣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웅 기자
■ 이돈희 前 교육부 장관

체격 제각각인 아이들에게
각자 맞는 옷 줘야 평등인데
정부는 같은 옷 입히겠단 식
‘평등 교육’ 개념부터 틀려

사립학교 건학이념 다른데
평준화 틀에 넣는 건 위헌적
획일화 땐 국가氣 약해질 것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심의기구 역할만 하면 되지
왜 자꾸 정책 개발하려 하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은 사립학교가 무엇이고, 평등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무식한 발상이다. 명백한 위헌적 행위다.”

자사고 전신인 ‘자립형사립고’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제42대).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 정책을 책임졌던 그에게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일괄 폐지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고민하는 기색 없이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는 “사학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야말로 사학의 원형이자 그 자체인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아예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그는 “자사고를 특별한 모습의 사립학교처럼 인식하는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공립학교는 국가나 공공 단체가 운영하는 학교이므로 평준화 상태에 두는 것이 맞긴 하겠지만, 사립학교를 평준화 틀 속에 집어넣은 것은 위헌적 행위라고 얘기해 왔다”고 말했다.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사립학교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논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평등 교육은 결국 국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획일화가 평등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국가의 기가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안으로 일괄 폐지가 아니라 목적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립학교가 부실, 비리 등도 많아 철저하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자립이 가능한 경우에는 다양한 건학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적 여건을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위원장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며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주도했으며, 자립형사립고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을 직접 지내기도 했다. 지난 7일 경기 하남시 자택 서재에서 이 전 장관을 만났다.

―자사고의 아버지 격이신데, 현 정부의 일괄 폐지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거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놓고도 이견이 있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사립학교를 평준화 틀 속에 포함시키는 것은 위헌이 아니냐. 공립학교는 국가나 공공 단체가 운영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일류 학교, 이류 학교로 나뉘는 건 옳지 않다. 평준화 상태에 두는 것이 맞는다. 그런데 사립학교는 학교 설립 자체의 건학이념에 따라 설립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적 여건을 제공해줘야 한다. 사립학교는 학교가 원하지 않으면 평준화 틀 속에서 다룰 일은 아니지 않나. 사학이란 게 부실 사학도 많고 비리도 많이 있어 이미지는 좋지 않지만, 자립이 가능한 사립학교는 그 학교가 자체 설정한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놔줘야 한다. 자립형사립고는 사학 중에서 특별한 모습의 사립학교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난 그렇게 보진 않는다. 자립형사립고야말로 사립의 원형이다. 사학 자체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사학이란 게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고, 정부가 지원·감독하지 않는 학교도 있으니까 준비된 학교는 자립할 수 있으면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게 도입 취지였다. 자립형사립고를 없애는 건 사학을 없애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사립학교를 둘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1차 논의를 했어야 했다. 허술하게 운영된 곳도 있으니 모든 사학을 다 자립으로 할 순 없다. 도입 당시 생각했던 것은 종교계에서 세운 학교들이 대표적이었다. 기독교·불교에서 세운 학교들, 종교적 세계관에 의해서 교육에 임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학교들, 교육과정이 건학이념의 틀 안에 있는 학교들 말이다. 평준화된 상태에서는 건학이념에 동의하지 않은 학생까지 오는데, 어떻게 그런 교육을 할 수 있겠나. 자립형사립고는 어떻게 보면 종교계 학교들이 좋아할 거라 예상했는데, 종교계 학교는 참여하지 않았다. 재원 문제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자립형사립고 내용을 넣었더니, 보고받는 자리에서 바로 “자립형사립고 시작하자”고 지시했다. 이후 내가 장관이 됐는데, 출입기자들의 질문 가운데 하나가 자립형사립고였다. 교육개혁위원회에서도 이야기하고 대통령 보고 때도 이야기했는데 ‘할거냐’고 묻길래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고 나니 신문 1면에 나오더라. 교육부 장관 재임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책을 실현할 정책위원을 위촉하고 진행하던 중에 나오게 됐다. 그때 만든 1차 안으로 민사고도 세우고 1세대 자립형사립고인 상산고, 포철고, 해운대고, 현대고 등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2003년 서울대를 은퇴하고 최명재(민사고 설립자) 씨가 민사고를 좀 맡아달라고 오퍼가 와서 맡겠다고 했다. (자사고와) 인연이 정말 길다.”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에 대해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는데.

“바로잡도록 해야지, 폐지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사립학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해본, 다양한 수요도 생각하지 않고 평등이라는 개념도 생각해보지 않은 무식한 발상이다.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만18세 투표권, 학교마저 진영논리 난무하는 정치판 될까 걱정”

집단생활 탓 편향에 쉽게 노출
중앙정부 차원의 매뉴얼 필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 최우선

정권 바뀌면 교과서편향 논란
국정-검인정 왜 좌우로 나뉘나
교육을 정치로 결정하면 안돼

정치적 중립 전제는 다원주의
배척해야 할 가치도 논의해야
대한민국의 부정은 인정 못해


―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한 주범이라는 현 정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로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등이란 개념을 잘못 알고 있다. 똑같이 하는 것이 평등이라고 하는데 특히 교육에서 평등은 이런 거다. 예를 들어 40~50명이 체격이 다 다른데 같은 유니폼을 입히면 각자 몸에 맞겠나. 오히려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혀야 그게 평등이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평등은 몸이 어떻든 간에 같은 옷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잘하는 아이들, 못하는 아이들, 재능과 관심이 체육, 과학, 예술 다 다른 아이들을 같은 곳에서 가르치는 걸 평등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자 타고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평등하게 받아들이는 것, 각자 성장에 가장 적합한 여건을 조성하는 게 평등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획일화하는 건 평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현 정부는 평준화 속에서 수월성 교육을 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학교 중에서도 일류 학교가 있고 이류 학교, 삼류 학교가 있는데, 이렇게 학교 등급이 있는 건 공립학교 쪽은 아니다. 개별학교가 다양화하면 되지 않느냐고도 한다. 그러나 개별학교가 교육을 다양화한다고 할 때, 큰 학교는 가능하다. 그런데 소규모 학교는 다양화하려면 교사진도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늘릴 수는 없다. 물론 개별학교도 학교 여건에 따라 최대한 다양화할 수 있겠지만, 개별학교 다양화로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육수요가 있다. 그것은 사립학교나 특목고라든가 이런 학교 제도를 두어서 교육해야 한다. 평등에 대해서도 한마디하겠다. 교육을 왜 하느냐. 국가가 왜 국민을 교육하느냐부터 이야기해보자.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세 가지다. 하나는 국가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수호적 기능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다. 기본적인 시민 자질, 국민적 자질을 가르쳐야 하고 국가가 위태로울 때 지킬 수 있는 애국심도 가르쳐야 하고. 또 그러자면 거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도 해야 한다. 의무교육을 하는 바탕이다. 두 번째는 복지적 동기라고 한다. 국가가 국민을 교육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자기 계발 능력을 키우고, 생활과 사회관계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가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충원하는 동기, 투자적 동기다. 각층에 필요한 인력 투입을 위한 것이다. 과학자, 기업가, 종교지도자, 예술가 등 국가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수호적 기능은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받아야 한다. 부모가 능력이 없으면 국가가 지원해서라도 해야 한다. 복지적 동기도 모든 국민이 교육에 의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평등주의 원칙에 의해서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투자적 동기에 있어서는, 투자할 만한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교육하는 것이다. 즉 능력주의에 의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 제도에서 보면 하급학교일수록 복지적 동기가 우선된다. 그런데 올라갈수록 투자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한다. 그럼 중·고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 사회의 여건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옛날만 보더라도 고등학교 취학률이 낮아서 고등학교 교육이 일종의 투자적 동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할 정도가 됐으니까, 중학교까지는 복지적 기능으로서 평등주의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고교는 투자적 기능으로서 능력주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금을 그을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투자적 동기 비중이 올라가야 한다고 본다. 어떤 부분은 대학부터도 가능하지만, 좀 일찍 하는 것도 좋다. 과학고, 예술고 등 중등교육부터 시작할 수 있다. 능력주의의 경우 공정의 기준이 굉장히 중요하다. 즉 들어갈 사람이 들어갔느냐의 문제다. 각자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투자적 동기로 볼 때 자사고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자사고도 문제가 있는 게, 다양한 건학이념이 제시됐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도 폐지만 시킬 게 아니라 목적에 맞게 하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잘못된 걸 개선하기 위한 방향이어야 하는데, 그냥 모두 없애면 모든 아이에게 같은 유니폼을 입히겠다는 것과 같다. 그건 평등이 아니다. 평등의 개념을 너무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한다. 저는 직접 학교 실험을 해봤고 충분히 고민도 해봤다. 모든 사립학교를 자사고처럼 할 순 없지만, 그걸 해보겠다는 학교는 건학이념을 충분히 검증하고 교육과정이나 재정을 평가해서 하면 된다. 포부는 큰데 재원은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면 국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교육을 다양화해야지 획일화하면 첫째 국가의 기가 약해져 버린다. 우수한 아이가 크지 못한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문을 열어주고, 뒤처진 아이들은 밀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이게 평등교육이다.”

―교육개혁은 어떻게 하면 좋은가. 교육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바는.

“국가교육회의가 자꾸 정책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그건 교육부가 하는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그 기능이 소극적이어야 한다. 그 말은 적극적인 정책 개발보다는, 오히려 소극적으로 심의 기구적 성격을 가지는 게 좋다. 교육부가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느냐, 혹은 사회적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느냐 그런 것을 평가해야 한다. 정책을 개발해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하려는 것은 교육부가 할 일이다. 교육부가 제 기능을 하는지, 평등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정권이 바뀐다고 정책을 바꾸고 현장을 이리저리 바꾸진 않는지 등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게 필요하다.”

―만 18세까지 투표권을 허용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교실의 정치화’ ‘정치편향 교육’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요한 일을 한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나 광주학생운동이 그것이다. 부산에서도 ‘노다이 사건’이 있었다. 학생 군사훈련을 놓고 경연대회를 했는데, 조선 학생이 많이 다니는 동래고, 부산상고, 진주농고는 점수를 적게 주고, 일본 학생이 많이 다니는 부산중학교는 후하게 줘서 항일 투쟁이면서 차별에 대한 반발이 일었던 것이다. 광복 이후 3·15 부정선거 때 마산 시민과 고등학생들이 투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의 고등학생들은 18세에 성년 인증을 받는 건데, 공부도 균형 있게 해서 정치적 판단은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고등학생이면 무지한 사람들보다는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게 위험하다고 보는 건 한국의 정치문화 때문이다. 상대방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쟁이 중심이 되고, 학교 현장에서는 정치 편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미숙하기에 이런 환경 속에서 미숙한 정치적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 집단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선동이나 한국 정치문화 속에서 오는 정치적 편향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비록 자신이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진보 성향에 대해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자신이 진보 성향이라 하더라도 보수를 비하하면 안 된다. 혹시 내가 정치적 편향이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며 교사 중립성이 확립돼야 한다. 일단 교내에서는 정치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도 교사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 찍자’ 이렇게 선동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면 학교는 그냥 정치판이 되는 것이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나눠 싸울 수도 있다. 좌파 우파 하며 싸울 수도 있다. 아이들을 부추기는 선생들도 나뉘어 싸울 수 있다. 그래서 체계적인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선거에 임하는 실천요강을 만들어줘야 한다. 교육청에 맡길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교육청에 두면 좌파 교육감, 우파 교육감이 있는 곳의 요강이 다를 수 있다. 장관 책임하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실천하는지는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가 우습게 된다. 과거 서울대에서 종합대학을 추진할 때 학교가 좌우로 나뉜 적이 있다. 학교가 좌우로 나뉘어 치고받고 하면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 정말 철저하고 조심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교과서 편향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역사 교과서 정치 중립성을 논의하는 걸 보면서 이상하다 생각한 게 있다. 역사교과서를 검인정제도로 하느냐, 국정으로 하느냐를 논의하는데 왜 좌우로 나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좌파 중에서도 검인정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국정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우파에서도 그럴 수 있는 성격의 논의다. 좌파면 검인정이고 우파면 국정이고 이건 아니지 않나. 이건 완전히 교육을 정치적 파당으로서 결정하려는 것이다. 교육의 풍토가 잘못된 것이다. 교육 현장에 ‘이데올로기적인 방언’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이란 게 정말 어렵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가 정당에 소속되면 안 된다 정도로만 이야기하는데,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나는 보수인지 진보인지 모르겠지만, 국정은 국정대로 이점이 있고 검인정은 검인정대로 이점이 있다고 본다. 학교가 가르칠 때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이나 교과서에는 좌파적인 것도 있고 우파적인 것도 있다. 중립이라 하면 다 없애야 하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도 된다. 좌파도 받아주고 우파도 받아주면 된다. 양쪽 다 배치하거나 같은 비중으로 수용하면 된다. 그래도 교육이란 것은 가치 지향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교사가 어떤 가치관에 있다고 하면 정치적 중립을 기하는 게 어렵다. 이렇게 본다, 이런 게 옳다고 이야기할 때, 알고 보면 이게 우파의 주장이라고 하면 난 우파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헌법에 나온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라는 게 있다. 학교제도는 물론이고 복지제도 경제정책 등 많은 것에는 사회주의 발상이 들어가 있다. 공교육도 발상 자체가 사회주의 발상이다.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상당히 수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거기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교육학자가 할 수도 있고 정치학자가 할 수도 있다. 자유주의가 모두 개방된 상태를 말하는지, 자체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배척하는 가치가 있다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보면, 후자가 맞지 않나 생각한다. 다원주의는 모든 가치 주장이 누구의 것이든 같은 비중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인데, 정치적 중립은 오히려 거기에서 요구되는 것에서 좀 더 좁혀서 우리가 배척해야 하는 것,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논의된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다. 그래야 김정은을 찬양하는 사람을 막을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들이 정리가 안 돼 있다. 정치적 중립은 다원주의적 정치 노선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를 수용하는 체제는 자유주의다. 독재주의는 아니다. 그런데 자유주의가 어떤 모순된 것까지 수용하는 완전히 개방된 것은 아니다. 어떤 체제하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배척하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 다원주의 속에서 체계적으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까지 인정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말할 순 없는 것이다. 정치적인 오리엔테이션이 얹혀 있는 경우 교사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더라도 불교를 폄하하면 안 되고, 진보주의자라도 보수주의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고 이해해야 한다. 강요하거나 회유, 기만해서는 안 된다.”

인터뷰 = 이관범 사회부 차장 frog72@munhwa.com
정리=윤정아 기자
e-mail 이관범 기자 / 사회부 / 차장 이관범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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