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는 조금 달랐을 뿐,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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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가 뭘 잘못한 거지?”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방송을 재개하는 가수 개리에 대한 엇갈리는 여론을 두고, 몇몇 지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히 잘못했다고 할 건 없지….”

개리는 지난 2016년 음악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출연 중이던 SBS ‘런닝맨’에서 하차했다. 그가 몸담고 있던 그룹 리쌍은 해체됐고, 소속사도 두지 않았다. 그런 그의 근황을 마땅히 취재할 방법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평소 개리와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개리의 근황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번아웃’된 것 같아요. 누구나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잖아요. 지금 개리는 딱 그런 상황이에요. 시간을 좀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몇몇 언론은 그를 향해 ‘잠수’ 혹은 ‘잠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자신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소속사를 두고 있지 않다고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음악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얘기처럼 그는 몇몇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SNS 활동을 하며 팬들과도 소통했다. 그렇게 자신의 소신대로 움직이던 개리가, 활발하던 예능이나 방송 출연, 언론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건 부당하다.

또 다른 이들은 지적한다. “‘런닝맨’ 멤버들도 알지 못하는 하차였다”고.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취재 결과, 개리는 ‘런닝맨’ 하차를 앞두고 제작진 및 출연진에게 “쉬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 다만, ‘런닝맨’이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라,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개리를 만류했다. 하지만 너무 지쳐서 쉬고 싶었던 개리를 더 이상 붙잡지는 못했다. 이에 따른 서운함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의 섭외 및 하차 과정을 모르는 몇몇 네티즌이 떠드는 것처럼 “모두가 모르는 하차”는 있을 수 없다. 이는 갑자기 촬영을 펑크내고, 연락이 두절된 경우에나 성립되는 표현이다.

개리의 결혼 및 출산 과정에 대한 뒷말도 나온다. 그는 2017년 4월 SNS를 통해 결혼과 득남 소식을 연이어 전했다. 혹자들은 또 떠든다. “친한 지인에게조차 연락하지 않고 결혼식을 치렀다”고. 이 역시 대단한 착각이다. 개리는 결혼식을 올린 적이 없다. 아내와 둘이 혼인신고만 했고, 그 사랑의 결실로 아들을 얻었을 뿐이다. 치르는 않은 결혼식에 지인을 초대하지 못한 건 당연하다. 게다가 이는 지극히 개리의 사생활이다. 그럼에도 그가 결혼 및 득남 사실을 알린 것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해 온 연예인으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몇몇 네티즌은 ‘자신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한다. 연예인이라면 결혼식을 성대히 치르고, 그 과정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들을 두루 부르며, 말로만 ‘비공개 결혼식’일 뿐 이 과정과 참석한 하객의 면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본다. 요즘 ‘스몰 웨딩’이 대세다. 하지만 해외나 제주도에서 호화롭게 결혼식을 치르면서, 하객만 적게 초대했다고 ‘스몰’은 아니다. 허례허식을 벗고 사랑하는 둘만의 결혼 약속을 맺는 것이야말고 스몰 웨딩이고, 개리는 이를 실천했다.

개리를 향한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는 또 다른 이유는, 리쌍의 멤버였던 길이 비슷한 시기에 한 방송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은 둘이 시기를 맞춰서 나오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기사’가 아닌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최소한 취재도 수반되지 않은 추측을 사실인 양 글로 옮겼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리쌍은 2015년 발표한 앨범을 끝으로 이미 해체됐다. 이후 두 사람은 별다른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활동 역시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쳤을 뿐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활동 중단의 이유가 완전히 다르다. 길은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법적 처벌을 받고 자숙 중이었다. 그 사이 그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얻은 것도 이번 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그의 결혼 기사가 한 차례 나왔을 때도 길은 이를 부인했다. 그를 향한 날 선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개리의 경우는 어떨까? 개리는 어떤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거나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기를 가졌다. 결혼하고 득남을 했다는 것도 스스로 SNS를 통해 공개했다. 그 이유를 지인에게 물으니 “자신은 연예 활동을 쉬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족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몇몇 악플러는 “돈 떨어져서 나온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고 손으로 쓴다. 거꾸로 묻고 싶다. 휴식기를 갖고 싶어 퇴사한 모든 사람은 다시는 직업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인가? 그리고 진짜 생활비가 떨어진 것이라면 노동 및 경제활동을 통해 이를 버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 벌어놓은 돈 혹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일을 안 하고 그 돈으로 평생을 놀고먹는 것이야말로 비판받을 일 아닐까? 결국 이같이 비판을 위한 비판은, 헐거운 논리에 허덕이는 감정의 호소이자 남을 헐뜯기 위한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지난 3년간 개리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그리고 아빠로 살아왔다. 그리고 그는 연예인이기 전에 음악을 만들고 방송에 출연하는 직업인으로서 휴식기를 마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려 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던지는 돌에는 과연 어떤 정당한 이유가 쓰여 있냐고 묻고 싶다. 개리가 선택한 방법은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잠시 이를 늦추고 일단 개리의 행보를 지켜보라 권하고 싶다. 3년의 휴식으로 인해 그의 예능감이 무뎌서 더 이상 대중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그의 음악이 더 이상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없다면 그때 개리를 나무라고 탓해도 늦지 않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