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피고인·지사 1인2역’하는 새 道政 ‘난맥상’

서부경남KTX 노선 중재 실패
마산로봇랜드 사업 좌초 위기
도민축구단 경남FC 2부 강등

金, 재판위해 서울행 도정 공백

경남도정이 난맥상에 빠졌다.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산하 기초지방자치단체 간 남북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 KTX) 노선 갈등을 중재하려다 체면을 구겼고, 국책사업인 마산로봇랜드는 개장 5개월 만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도지사가 구단주인 경남도민프로축구단(경남FC)은 지난해 2부 리그로 강등돼 도민들에게 아픔을 줬다. 모두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재판 방어 등을 위해 서울을 오가며 피고인과 도백(道伯) ‘1인 2역’을 하는 사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13일 경남도에 따르면 경남도 서부지역본부는 지난 10일 진주시와 창원시가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서부경남 KTX 노선 갈등을 풀겠다며 양 지자체 담당 국장을 불러 중재를 시도했다.(문화일보 1월 30일 자 14면 참조)

이 자리에서 도는 “양 지자체가 사업을 지연시킬 주장은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중재 하루 만인 지난 11일 진주시를 중심으로 서부경남 6개 시·군은 진주시청에서 모여 ‘서부경남 KTX 조기착공협의회’를 구성한 뒤 ‘진주∼김천 복선화 최우선’을 골자로 하는 상호협력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자 창원시는 “함안군 군북으로 직선화하는 남부내륙철도 노선이 경남 전역을 고속철도 수혜권에 넣는 윈윈전략”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함안군도 이날 “군북 환승역을 설치해야 한다”며 창원시 입장을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상위기관인 경남도의 중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확산시킨 꼴이 됐다.

국책사업으로 총 사업비가 7000억 원인 마산로봇랜드는 더욱 문제다. 지난해 9월 테마파크를 비롯해 1단계 사업이 완공돼 개장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민간사업자가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하고 테마파크 운영 중단을 통보해 경남도가 비상운영에 들어갔다. 마산로봇랜드는 로봇산업의 저변 확대와 로봇 연구·개발을 이끌기 위한 국책사업이지만, 민간사업자가 호텔 등 2단계 사업과 테마파크 운영을 포기하면서 7000억 원짜리 국책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린 것이다. 김 지사가 구단주인 경남FC도 2018년 프로축구 K리그에 3년 만에 복귀했지만, 지난해 다시 강등됐다.

이런 상황 속에 김 지사는 오는 14일 서울행 기차를 탄다. 이번에는 선고가 미뤄져 한숨 돌린 항소심 재판이 아닌 자신의 대권 준비를 위한 ‘인재풀’로 읽히는 ‘경남사회혁신자문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위원회 자문위원은 송경용(나눔미래이사장) 위원장, 이원재 LAB 2050 대표 등 10명 중 9명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진보진영 인사다. 경남의 사회 혁신을 이끈다지만, 경남 정서를 대변할 위원은 단 1명(정보주 진주교대 교수)뿐이다. 김 지사는 2018년 7월 취임 후 대부분의 주 후반(금∼일)을 재판 방어를 위해 서울에서 보냈다.

창원 = 박영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