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의 에어 카페>기내 승객들과 대화, 친절 서비스의 첫걸음

  • 문화일보
  • 입력 2020-02-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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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다고 나를 무시하는 거야?” 장거리행 비행기 안, 간식 서비스가 한창인 중에 내 귀를 의심할 정도의 고성이 들렸다. 깜짝 놀라 소란의 진원지를 얼른 찾아가니, 입사 2년 차의 후배가 한 어르신에게 꾸중을 듣고 있었다. 간식으로 제공된 삼각 김밥을 후배에게 내동댕이치는 모습을 보니, 여간 화가 난 게 아닌 듯했다. 당황해서 울먹거리는 후배 승무원을 데려와 자초지종을 물었다. 경위인즉슨 음료수를 앞쪽 승객부터 순서대로 제공하고 있었는데, 항공기 뒷부분에 앉아 있던 해당 승객이 아직 차례가 되지 않았는데 자신을 건너뛴 것으로 오인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음료수 쟁반을 들고 지나가는 후배를 불렀지만, 해당 후배가 먼저 받은 주문을 처리하느라 “기다리시라”고 답한 것이 승객의 화를 더 돋운 것 같았다.

종류별로 음료수를 준비해 그 승객을 찾아갔다. 항공편의 책임자임을 밝히며 대화를 시도하자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고 있던 그 어르신의 표정이 금세 누그러졌다. 다 자신의 손녀·손자뻘인데 본인이 경솔했다면서 승무원을 향해 사과도 했다. “늙으면 서럽고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외로워집디다. 나한테 조금만 충분히 설명해 줬으면 내가 그리 서운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에 괜히 내 마음마저 짠해졌다. 그 승객에게 찾아가 말동무도 해드리고 살뜰히 챙겨드리는 것으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

풀이 죽어 있는 후배 승무원에게는 이것 역시 하나의 경험이라며 다독였다. 평소에 밝고 업무도 잘하는 친구였기에, 승객과 대화하려는 노력을 조금 더 기울이면 훨씬 고객들과의 관계가 가까워질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누군가로부터 좋은 서비스, 진심이 담긴 서비스를 받은 뒤엔 ‘대접받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자신이 ‘존중’받을 때 드는 감정과 유사하다. 존중받는다는 건 결국 상대가 나를 알아주고 귀하게 여겨 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서비스 일선에서 근 20년간 몸담아 오면서 깨달은 교훈 중 하나는 승객 혹은 동료 승무원들과 대화를 많이, 잘하려는 노력이 결국 서비스 능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유명인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말이 있다. “영어 단어 ‘Sympathy’와 ‘Empathy’는 ‘공감’이라는 같은 뜻을 지니고 있지만, ‘Sympathy’는 상대방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동정을 의미하고 ‘Empathy’는 상대방을 머리가 아닌 진실한 마음으로 이해하는 공감을 뜻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작은 평화가 퍼지고 사소한 평화들이 모여 큰 공감과 소통을 결국 끌어내지 않을까.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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