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예의 에어 카페>‘원팀’으로 기내 응급환자 구조한 승무원들 자랑스러워…

  • 문화일보
  • 입력 2020-02-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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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에서 서울로 도착하기 두 시간 전 조용하던 기내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승객의 승무원 호출 버튼인 줄 알았지만 여러 명의 승무원과 승객들의 웅성거림에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감지했다. 그 찰나 팀원 한 명이 다급히 나에게 소리쳤다. “지금 급해요! 지금 의사 호출(DOCTOR PAGING) 방송 부탁드려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너무도 다급한 나머지 바로 인터폰을 들어 의료진을 호출했다. 반복된 우리의 호출에도 불구하고 당시 의사는 탑승하지 않았었다.

승객은 땅콩알레르기가 있었으며 그분의 탑승 전, 승무원들은 앞뒤 좌우 3열의 좌석 곳곳을 체크 하고, 승객의 약 소지 여부를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알레르기 승객이 동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음을 알리는 방송을 전 승객을 대상으로 벌였었다. 그렇게 1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무사히 서울에 내리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도착 2시간 전 승객의 알레르기 반응이 극심해지며 급기야는 정신을 잃는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모든 객실 승무원들은 1년에 한 번씩 정기 안전훈련을 받는다. 강도 높은 반복된 훈련을 거쳐 승무원들은 응급구조사 자격도 갖게 된다. 필자도 오랜 시간 반복해서 그 교육을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승객의 응급 상황엔 역시나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의식이 없는 승객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그 직후 지상 의료센터와의 교신을 통해 응급 구조 키트 내의 약물을 기내에 탑승한 간호사의 도움으로 승객에게 투여했다. 폭풍같이 지나간 5분여의 시간, 서서히 승객은 의식을 되찾고 회복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기력을 되찾기도 전에 승객은 우리 승무원들의 손을 하나씩 잡아주며 “정말로 감사하다. 오늘 여러분들은 나의 생명에 은인”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승객이 의식을 잃는 그 순간, 너무도 긴급한 상황에서 한 번도 실제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팀원들이 한마음이 돼 협업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승객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필자의 손을 잡고 몇 번이나 감사함을 표한 승객은 오늘 탑승한 승무원들 모두의 이름을 적어줄 수 있겠냐고 했다. 생명의 은인들 이름을 다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승객이 무사히 의식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는데 아직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감사인사를 하는 것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필자는 내 일터이자, 오랜 기간 몸담아 온 대한항공이 자랑스러웠다.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준 선·후배 동료 팀원들이 속해있는 이 회사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이 느껴졌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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