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맞았지만… “역시 노련한 RYU”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 볼파크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선발등판,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미네소타와 시범경기 첫 선발
2이닝 3안타 1실점 3탈삼진

지켜본 허구연 “투구내용 좋아
토론토 스카우트 칭찬하더라”
류 “새 팀에 잘 적응하는 느낌”

RYU 유니폼 불티 1장만 남아

류현진(33)이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실전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은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 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동안 3안타를 내주며 1실점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류현진의 투구 수는 41개였고, 이 중 스트라이크는 26개였다. 삼진은 2개.

지난 시즌을 끝으로 LA 다저스를 떠나 토론토에 둥지를 튼 류현진은 1회 초 첫 타자 제이크 케이브에게 우익수 쪽 2루타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트레버 라르나크에게도 중전 안타를 내줘 무사 주자 1, 3루에 몰렸지만 윌리언스 아스투딜로를 3루 땅볼로 유도했고 이때 홈으로 향하던 주자 케이브가 아웃됐다. 1사 주자 2, 3루가 됐지만 류현진은 브렌트 루커를 삼진, 로이스 루이스를 3루 땅볼로 처리했다.

관중석을 메운 팬들은 류현진의 침착한 위기관리 능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류! 나이스 피칭!”이라고 외쳤다.

류현진은 2회 트래비스 블랜켄혼을 2루 땅볼로 처리했으나 잰더 비엘에게 중앙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내줬다. 류현진은 그러나 질베르토 셀레스티노를 삼진, 잭 라인하이머를 유격수 뜬공으로 유도하고 시범경기 첫 등판 일정을 마쳤다.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은 불펜으로 이동, 공 15개를 더 던졌다.

류현진은 전력투구가 아니라, 구종을 테스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에이스이기 때문에 무리할 이유가 없다. 날씨는 좋지 않았다. 더니든의 기온은 영상 13도였지만, 체감 온도는 3도까지 떨어졌다. 무리하다가 자칫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에 류현진은 가벼운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

현장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살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활용하면서 구속에도 변화를 주었고, 각도 변화 역시 좋았다”면서 “옆에 앉은 토론토 구단의 스카우트가 ‘류현진은 역시 노련하다’고 칭찬했다”고 귀띔했다.

류현진은 정규리그를 치르지 않았지만, 토론토의 간판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류현진에게 주어진 등번호는 99. 토론토 구단 사상 99번은 처음이다. 99번은 아이스하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이자, 캐나다에서 사랑과 존경을 함께 받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 류현진에게 99를 내줬다는 건 그만큼 그의 위상이 높다는 뜻.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 볼파크 내 메이저리그 기념품 매장에 1장 남은 류현진의 하늘색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이 걸려 있다. 정세영 기자

이날 경기장 내 기념품 판매장에서 류현진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렸다. 기념품 판매장 관계자는 “류현진의 유니폼을 찾는 팬들이 많아 가장 잘 팔린다”면서 “그의 하늘색 유니폼은 1장만 남고 다 팔렸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경기 직후 “재밌게 던졌다”면서 “공 40∼45개를 던지는 2이닝 투구를 할 예정이었고, 불펜에서 1이닝을 더 던졌다”고 밝혔다.

이날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좁았다. 류현진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투수는 심판에 맞춰가야 하고, 다른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류현진은 “동부지역에 있다 보면 (오늘보다) 더 추울 때가 많다”면서 “오늘은 땀도 나 괜찮았고 다음 등판에선 3이닝, 50∼60개의 공을 던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공은 백업 포수인 리즈 맥과이어가 받았다. 류현진은 “시범경기를 함께 치르면서 잘 맞춰갈 것”이라면서 “(포수와의 호흡은) 오늘 굉장히 좋았고 새로운 팀에 적응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선 투구 수와 이닝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데 첫 등판에서 둘 다 모두 이뤘다”면서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마운드로 다시 돌아왔고, 야수들과 처음으로 손발을 맞춰 좋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캐나다나 어디서든 야구는 똑같다”며 “내셔널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로 옮겼다는 점만이 유일하게 바뀐 것이고 그로 인한 큰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5인 선발로테이션에 맞춰 나흘 쉬고 닷새 만에 등판할 예정이다. 천천히 투구 수를 늘리면서 실전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구상.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며 “류현진을 만나기 전 그가 좋은 사람, 재밌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스프링캠프에서 2주가량 함께 지내면서 보니 그 말이 맞다”고 덧붙였다.

플로리다 =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